2017년 11월 15일 규모 5.4의 경북 포항지진을 촉발한 지열발전소 시추기 철거에 포항시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포항시 등 사회 각계에서 시추기 보존을 요청하고 있지만, 관련 중앙부처는 응답이 없다.
21일 포항시에 따르면 지난 2월 13일 신한캐피탈로부터 시추기 등 시설물을 사들인 인도네시아 업체가 작업자들을 투입해 철거에 들어갔다. 매각금액은 160만 달러다.
이 업체는 지난 15일부터 시추기 철거를 위한 기초작업을 하고 있다. 본체 외 8종의 부속물로 구성된 시추기 철거는 한 달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추기 철거 소식에 포항시를 중심으로 보존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시추기는 포항지진 진상조사에 필요한 중요 시설물이다.
시는 지난 2월 포항지진진상조사위원회의 진상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시추기 철거를 보류해달라고 산업부에 요청했다. 지난 14일에는 지진진상조사위원회에 증거자료 확보 요청 공문을 발송하는 등 증거보존에 나서고 있다.
지난 16일 포항 11.15 촉발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도 철저한 진상조사와 철거 보류를 강력히 요청했다.
11.15지진 지열발전공동연구단은 지난 17일 “부지의 안정적 관리 방안이 도출된 이후에 시추기 철거 여부를 판단함이 타당하다”며 시추기 철거작업 중단을 요구했다.
포항시의회는 20일 제272회 임시회 본회의장에서 ‘포항지열발전 시추기 철거 중지 촉구’를 위한 성명서를 채택했다. 이어 오후에는 전체의원이 철거 현장을 방문해 관계자에게 철거중지를 촉구하고 항의했다.
포항지진특별법에 따르면 포항지진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되는 자료 또는 물건은 보관할 수 있으며, 그 인멸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이미 철거가 시작된 상황이어서 대처가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업체가 소유권을 가지고 있어 시추기 철거를 법률적으로 강제할 방법도 없는 상황이다.
포항시와 시의회는 “진상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시추기 철거를 유보해달라는 공문을 정부에 수차례 발송했으나 공식적인 답변조차 없다”면서 “지진발생 원인 규명과 기술적 과실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시추기 등 시설물 철거는 반드시 중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포항=안창한 기자 chang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