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의혹 입장 안낸 문 대통령…이낙연 “때로 침묵도 반응”

입력 2020-07-21 09:39
문재인 대통령(좌)이 2일 서울 송파구 KSPO DOME에서 열린 '대한민국 동행세일,가치삽시다' 행사에 참석해 팔로 하트를 만들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우)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반도평화포럼 긴급간담회에 참석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뉴시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침묵에 대해 “모든 문제에 대해 전부 말씀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21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페미니스트를 자처한 문 대통령이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에 입장을 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나’라는 질문에 “모든 문제에 대해 전부 말씀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때로는 말씀을 하지 않는 것도 반응일 수 있다”며 “해석은 평론가들 몫이다”라고 밝혔다.

앞서 장혜영 정의당 혁신위원장은 지난 17일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분명히 정확한 의견을 표명해줘야 한다”며 “대통령이란 우리 사회에서 무한 책임을 누구보다도 많이 지는 자리이고 이번 사건의 경우 국무회의에 참여했던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서울시장이 관련된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박 전 시장 빈소에 조화만 보냈을 뿐 성추행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6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그린벨트 해제 논란·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부동산 정책 제안 등 정부 인사들이 주요 현안에 엇박자를 내는 상황에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부동산 문제는 정부건 여당이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된다. 토론 과정은 비공개로 이뤄져야 한다. 결론이 나면 따라야 한다”며 “중구난방으로 너도나도 한마디씩 하는 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이 질문에 ‘추 장관이 공개적으로 부동산을 거론한 것도 적절한 행위는 아니라고 평가를 해야겠다’고 말하자 이 의원은 “국무위원이니까 의견표명을 할 수 있다”며 말을 아꼈다. 진행자가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건 다른 차원 아니냐’고 재차 묻자 이 의원은 “사람마다 개성이 조금씩 다르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구ㆍ경북ㆍ제주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에 악재가 연발로 터지는 건 우연의 일치라고 보나’라는 진행자 질문에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 최근일 뿐, 문제의 뿌리는 그전부터 있었다”며 “예를 들어 부동산 문제는 과잉유동성에 대한 적절한 대처를 못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 최근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문제는 중앙에서 잘 파악하기 어려운 문제였다”고 답했다.

진행자가 이 답변에 ‘당의 말초신경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라고 묻자 이 의원은 “그런 점도 아쉽다. 뭔가 감수성이 둔화된 건 아닐까 싶다”며 “새로운 대처가 필요하다. 새로운 대처에 제 경험이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의원이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자 진행자는 ‘당 대표가 되면 어떻게 다시 감각세포를 되살려 낼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 의원은 “현장 활동을 훨씬 더 강화해야 한다. 또 의원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것이 지도부에 그때그때 수렴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여성과 청년의 고통에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 그런 통로도 만들어야 한다”고 답했다.

‘지역구 의원들이 현장에서 느낀 여론이 지도부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인가’라는 질문에는 “저도 아쉬움을 느낄 때가 있었다. 제가 건의를 (지도부에) 드렸는데 반응이 며칠 걸리는 경우가 있었다”고 했다.

내년 재보궐 선거에서 서울·부산시장 후보 출마 여부로 당내 논쟁이 격화되는 상황에는 “논란을 당내에서 벌이는 건 현명하지 않다. 다른 할 일을 제치고 몇 개월 전부터 그걸 먼저 토론하는 건 썩 지혜롭지 못하다”며 “다만 연말까지는 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굳이 7개월짜리 당 대표에 도전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감염병, 국민이 겪는 경제적·사회적 고통에 대처하는 데 너무나 위중한 시기다”라며 “아울러 거대 여당이 됐는데, 첫 정기국회를 어떻게 임하는지에 따라 이후 기간에 많은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에 작은 경험이라도 보탤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이 답변에 ‘이 의원이 대표가 돼야만 국난극복이 더 수월해지나’라고 묻자 이 의원은 국무총리 시절 자신의 치적(아프리카돼지열병 안정화·강원도 산불 초기대응 등)을 언급하며 “경험을 사장하는 것보다는 살릴 만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