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폭행·협박·약물판매까지…20대男 “반성했다” 집유

입력 2020-07-21 08:58
그림 = 김희서

고등학생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 혼인빙자로 고소하겠다며 협박해 극단적 선택을 하도록 유도한 2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남성은 이 과정에서 피해자를 여러 차례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손동환)는 최근 자살방조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29)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 사회봉사 160시간과 추징금 9만원을 명령했다.

김씨는 지난해 6월 한 인터넷 카페에서 만난 A양(17)과 교제하다 헤어진 뒤 ‘혼인빙자로 형사·민사 청구할 것’이라고 협박해 극단적인 선택을 권유한 뒤 이를 방조했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A양이 새로운 남자친구와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자 화가 나 A양에게 ‘커플링을 돌려달라’며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분이 풀리지 않자 김씨는 A양을 불러내 여러 차례 폭행했다. 또 혼인빙자로 고소한다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보내 A양을 협박했다. 이어 김씨는 경기 용인시에 있는 펜션에 A양을 데려간 뒤 함께 수면제를 복용하고 극단적 선택을 유도했다.

하지만 A양의 새로운 남자친구가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고, 위치추적을 통해 출동한 경찰관에 의해 A양은 목숨을 건졌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을 SNS를 통해 판매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자살방조미수 범행의 대상이 여성 청소년”이라며 “그 내용도 터무니없는 이유로 A양에게 죄책감을 불러일으키고 감정적으로 학대하다가 동반 자살을 핑계로 자살을 유도한 것으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씨가 과거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로 벌금형과 징역형 전과가 있음에도 또다시 청소년을 대상으로 이 사건 범행에 나아갔다”면서 “수면제를 광고를 통해 판매까지 하는 등 이 사건 범행이 단순한 일탈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김씨가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다”며 “A양에게 합의금 1000만원을 지급해 합의했고, 판매한 졸피뎀의 양이 많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홍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