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마피아처럼 한국에 보호비 요구…주한미군 감축 밀어붙일수도”

입력 2020-07-21 07:57 수정 2020-07-21 13:55
국민일보, 미국 한반도 전문가 4명 이메일 인터뷰
트럼프 행정부 주한미군 감축 검토 일제히 ‘비판’
“주한미군 감축은 방위비 더 받기 위한 협상 전술”
“트럼프, 감축 추진 가능성…성사 여부는 의문”
미국 의회 국방수권법, 주한미군 감축 막는 ‘대못’ 아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던 2019년 6월 30일 경기도 평택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서 주한미군 장병들을 향해 연설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트럼프 행정부의 주한미군 감축 검토에 대한 미국 내 비판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특히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17일 주한미군이 속해 있는 인도·태평양사령부를 비롯해 해외 주둔 미군의 재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재차 밝히면서 우려는 더욱 증폭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돈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미군 재배치 차원에서 주한미군을 감축키로 결정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민일보와 20일(현지시간) 이메일 인터뷰를 가진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4명은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감축을 검토하는 것을 일제히 비판했다.

이 중 3명의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으로부터 만족할만한 방위비를 얻어내지 않을 경우 오는 11월 3일 미국 대선 이전에 주한미군 감축을 밀어붙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강행하더라도 미국 의회가 초당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라 주한미군 감축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미국 대선 이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이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올 수 있지만, 감축이 실제로 이뤄질지는 현재로선 예측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 주둔 미군을 이용해 마피아처럼 보호비용을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과 북한의 위협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주한미군이 속해 있는 인도·태평양사령부의 미군 재배치를 검토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주한미군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참여해 훈련하는 모습. AP뉴시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주한미군 감축 위협은 한국에 더 많은 방위비를 낼 것을 압박하는 협상 전술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을 깨고 독일 주둔 미군 9500명을 감축키로 한 것은 한국에서도 주한미군 감축이 현실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켄 가우스 미국 해군연구소(CNA)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미국 대선 이전에 주한미군 감축을 시도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그가 감축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해리 카지아니스 국익연구소(CNI) 한국담당 국장은 “전 세계에 주둔한 미군의 재배치 검토는 매우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것이지만, 이 재배치 검토의 타이밍과 이 정보가 외부로 발표된 것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국방부가 이 시점에 주한미군을 포함한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를 검토하는 것은 겉치레 이유일 뿐, 실제로는 한국 등 동맹국으로부터 방위비를 더 많이 얻어내기 위한 포석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유일하게 카지아니스 국장은 “단 한명의 미군도 한국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한반도 전문가들은 또 미국 의회가 주한미군을 현 수준인 2만 8500명 미만으로 줄이는 것을 막는 ‘2020 국방수권법(NDAA)’을 통과시키긴 했지만, 이 법이 주한미군 감축을 막을 수 있는 ‘대못’이 아니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현행 NDAA는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 ‘한국·일본 등 동맹국들과 협의할 것’ 등 두 조건을 미국 국방장관이 입증하면 감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

매닝 선임연구원 “트럼프, 마피아처럼 보호비용 요구…한국과의 무역 적자 때문”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에 전진 배치된 미군이 미국의 이익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거부하고 있다. 그는 해외 주둔 미군을 이용해 마피아처럼 보호비용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대해 이례적으로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는데, 아마도 이는 한·미 교무역에서 미국이 적자를 기록한다는 비뚤어진 인식 때문으로 분석된다.

에스퍼 국방장관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중국과 북한의 위협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주한미군이 속해 있는 인도·태평양사령부의 미군 재배치를 검토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분명히 이런 재배치 검토는 한국에 방위비 인상 압력을 가하는 노력으로 비쳐질 수 있다. 미국은 한국이 더 이상의 방위비 인상 제안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 주둔 미군 감축을 발표했던 것처럼 미국 대선 이전에 주한미군 일부의 감축을 발표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 의회는 주한미군 감축을 막기 위해 초당적으로 저항할 것이다. 에스퍼 장관은 주한미군 감축이 미국 국가안보에 어떠한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클링너 선임연구원 “주한미군 감축은 방위비 압박 ‘협상 전술’…그러나 밀어붙일 수도”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년도 대비) 50% 가까이 인상된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 이것의 본질은 군복을 입은 미국의 아들·딸을 이용해 이익을 남기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주한미군 감축 위협은 한국에 더 많은 방위비를 낼 것을 압박하는 협상 전술일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을 깨고 독일 주둔 미군 9500명을 감축키로 한 것은 한국에서도 주한미군 감축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의미한다.

북한의 위협이 감소하기 전에 주한미군을 감축하는 것은 한·미 동맹의 방어력과 억지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켄 가우스 미국 해군연구소(CNA) 국장

가우스 국장 “트럼프, 주한미군 감축 시도하겠지만 현실화 여부는 의문”

“미국 국방부는 주한미군이 속해있는 인도·태평양사령부 등을 포함해 전투사령부의 미군 재배치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를 진행 중이며,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방위비 인상 압력을 가하고 있다.

주한미군 감축 문제에 있어 이는 동전의 양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이 주둔한 동맹국들에게 더 많은 돈을 낼 것을 요구하는 거래적인 외교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미국 대선 이전에 주한미군 감축을 시도할 것이다. 그러나 그가 감축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해리 카지아니스 국익연구소(CNI) 한국담당 국장. 연합뉴스

카지아니스 국장 “트럼프, 대선 전에 논란 원하지 않아…주한미군 안 떠날 것“

“전 세계에 주둔한 미군의 재배치 검토는 매우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것이지만, 이 재배치 검토의 타이밍과 이 정보가 유출된 것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나는 최소한 지금 시점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문재인정부에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더 많은 압력을 가하는 시도를 펼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매몰돼 있어 지금 이 순간에 한·미 방위비 협정이 체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감축 시도는 무의미하며 실행되지 않을 것이다. 미국 법에 따르면, 미 국방장관은 미군의 감축도 미국의 안보에 위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미국 의회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선 이전에 이런 논란이 빚어지는 것을 보기를 원치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원으로부터 ‘고립주의자’로 불리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단 한 명의 미군도 한국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