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성추행 의혹을 가장 먼저 보고한 인물로 알려진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가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임 특보를 20일 오후 9시 30분쯤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21일 오전 3시 6분까지 약 5시간 30분가량 조사했다. 변호인과 함께 경찰에 출석한 임 특보는 성추행 의혹을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전달받았는지, 박 전 시장에게 보고한 내용이 무엇인지, 성추행 피소 사실을 알았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대기 중이던 차량에 올랐다.
임 특보는 박 전 시장이 실종되기 하루 전인 지난 8일 오후 3시쯤 시장 집무실을 방문해 ‘실수한 것 없느냐’고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고소장이 경찰에 접수된 시각은 8일 오후 4시 30분으로 1시간 30분 전에 이런 질문을 한 셈이다.이후 임 특보는 같은 날 오후 9시 이후 일부 비서진을 대동하고 박 전 시장과 회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특보는 일부 언론에 당시 성추행 관련 고소장 접수 사실은 알지 못했다고 밝혔었다. 이날 회의에 대해서도 “늘 하던 현안 회의였다”고 했었다. 그러나 일각에선 임 특보가 박 전 시장의 비위와 관련한 내용을 여성계를 통해 파악했을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임 특보는 박 전 시장이 활동했던 희망제작소 출신으로 한국성폭력상담소 총무를 거쳐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보좌관을 지냈었다. 임 특보는 지난 16일 사의를 표명했지만 서울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임 특보를 대기발령 조치했다.
경찰은 임 특보를 상대로 성추행 의혹을 언제, 어떻게 알았으며 어느 수준까지 알고 있었는지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조사에 대해 “임 특보가 물어보는 대로 대답을 어느 정도 잘해 조사가 잘 이뤄진 것 같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취재 경쟁 등을 감안해 임 특보를 경찰서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만나 조사하는 방안도 고려했었다. 그러나 이날 조사는 서울 성북경찰서에서 이뤄졌다. 경찰은 지난주부터 고한석 전 비서질장을 비롯해 서울시 관계자들과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에 8~9일 통화내역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차례로 조사하고 있다. 조사 대상은 10여명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