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둥켜안고 울었다” 이제야 문 연 국공립 공연장

입력 2020-07-21 05:55 수정 2020-07-21 07:24
'잃어버린 얼굴 1895' 중 한 장면. 서울예술단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잇따라 개막이 취소됐던 국공립 예술단체의 공연들이 지난 주말부터 무대에 오를 수 있게 되면서 공연계가 한숨 돌렸다.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18일 개막한 서울예술단의 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에서 민자영 역을 맡은 배우 차지연은 20일 국민일보에 “어렵게 무대에 오른 만큼 모든 순간이 소중하다” 말했다.

서울예술단 관계자는 이날 “공연 일부가 잇따라 취소됐지만 남은 공연이라도 올릴 수 있도록 한마음으로 기도하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며 “공연 재개가 결정 난 16일 저녁 부둥켜안고 울었다”고 말했다. 차지연은 “허락된 무대가 단 일주일이라 아쉽기도 하지만 짧게라도 관객과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한 마음으로 모든 열정을 쏟아붓고 있다”며 “어려운 상황에도 기꺼이 마음과 시간을 내 찾아 준 관객을 위해 오래 좋은 작품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민간 극장은 코로나 사태 속에서 공연을 이어왔지만 국공립 공연장은 보수적인 방역 기준이 적용돼 거의 문을 걸어 잠궜다. 생활방역체계로 돌입했던 5월에 잠시 문을 열기도 했지만 지난 5월 29일 실시된 정부의 수도권 방역조치가 무기한 연장되면서 문을 닫았었다. 세종문화회관이 지난달 16일 EMK뮤지컬컴퍼니와 공동 주최한 ‘모차르트!’를 무대에 올린데 이어 정동극장이 지난 7일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와 공동주최한 뮤지컬 ‘아랑’을 재개하긴 했지만 대부분의 국공립 공연장이 몸을 사렸다. 그러다가 지난 15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수도권의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된 것을 토대로 민간 인력·자본이 50% 이상 들어오거나 민간과 공동 개최하는 경우 민간 피해를 막기 위해 예외적으로 공연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서울예술단의 ‘잃어버린 얼굴 1895’과 국립극단의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이 각각 지난 18일, 19일 극적으로 관객과 만날 수 있게 됐다.

명성황후를 소재로 한 ‘잃어버린 얼굴 1895’는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지난 8일부터 무대에 오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수도권 방역 강화 조치 탓에 개막 이틀 전 공연 일부를 취소했고 이후 한 차례 취소 기간을 연장했다. 우여곡절 끝에 18일부터 무대에 오른 ‘잃어버린 얼굴 1895’에 관객은 환호했다. 주말에 공연을 관람한 한 관객은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감동이 대극장을 가득 채웠고 짜릿한 전율을 느꼈다. 지금이라도 무사히 공연이 올라와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객은 “두 번이나 취소돼서 낙담했는데 이렇게라도 볼 수 있어 감개무량하다. 오래 기다렸는데 기다린 보람이 있다”고 전했다. ‘잃어버린 얼굴 1895’ 공연은 예정대로 26일까지 진행되며 공연 기간은 연장되지 않는다.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의 한 장면. 국립극단 제공

국립극단도 문체부의 완화 지침이 내려온 순간부터 긴박하게 움직인 끝에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를 19일부터 무대에 올릴 수 있었다. 이 공연은 지난달 25일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할 예정이었다가 전체 회차를 취소한 바 있다. 이에 국립극단은 지난 16일 오후 티켓팅 공지를 올리고 17일 유료회원 대상으로 우선 예매를 받은 뒤 18일 일반회원 예매를 받았다.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주요 연극상을 휩쓴 국립극단 대표 레퍼토리로 공연을 올릴 때마다 매진사례를 기록했다. 이번에도 첫 티케팅 당시 하루만에 매진됐었다. 이번에 새로 티켓을 오픈하자마자 26일까지 이뤄지는 공연이 또 매진됐다. 19일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공연을 본 한 관객은 “반차까지 냈다. 공연 기간이 짧아 아쉽지만 그저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객은 “공연 날 비가 왔는데 하늘도 기뻐서 우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너무 좋았다”고 전했다.

문체부가 1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수도권 공공시설 운영제한 조치 완화 결정에 따라 수도권 소재 국립문화예술시설의 운영을 재개한다고 밝히면서 국공립 공연장 및 국립 예술단체도 서둘러 공연 준비에 나선 상황이다. 국립국악원 토요명품공연(7월 25일)을 비롯해 예술의전당에 열리는 국립발레단 ‘케이엔비(KNB) 무브먼트’(8월 1~2일), 국립합창단 ‘광복절 기념 합창축제’(8월 14~15일)도 예정대로 열린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