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지역 중고차 매매업자 장모(62)씨의 송철호 울산시장 측 금품 전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018년 6월 지방선거 직전 장씨와 지인 간에 이뤄진 대화 녹취록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녹취록에는 장씨 지인이 장씨에게 “돈을 건넸느냐” “200만원 줬느냐”고 묻고, 장씨가 명시적으로 대답하지 않는 상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는 “실제로 돈을 준 것은 없다”고 부인했다.
20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2018년 5월 20일쯤 작성됐다는 장씨와 지인 간의 대화 녹취록을 토대로 지난 15일 장씨를 조사했다. 녹취록에는 장씨와 지역 선후배 관계라는 A씨가 “그것 어떻게 됐느냐, 돈 좀 줬느냐”고 장씨에게 묻는 대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가 “줬다”고 답하자 A씨는 “얼마 줬느냐, 200만원 줬느냐”고 물었고, 이때 장씨는 대답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대화 녹취록을 장씨가 2018년 6월 지방선거 직전 누군가에게 부정한 금품을 건넨 정황으로 판단하고 수사를 진행해 왔다. 장씨는 최근 검찰에 출석해 이 대화를 놓고 “분위기를 맞춰 줬을 뿐 실제로 돈을 준 것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검찰은 장씨가 A씨와 대화를 나눈 직후인 2018년 6월 2일 송 시장의 선대본부장 김모(65)씨를 만난 사실에 주목해 왔다. 장씨가 그로부터 사흘 뒤인 5일 김씨에게 “보통 골프공이 아니다. 마음을 전달해 달라”는 문자메시지를 전달한 점도 검찰의 의심을 키우는 장면이었다.
장씨는 울산시에 자동차 경매만 가능한 부지를 용도변경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던 인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장씨가 송 시장 측에 금품을 전달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아 왔다. 장씨가 골프공 박스에 현금 2000만원을 담아 건넨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가 진행됐는데 장씨와 김씨, 송 시장은 모두 부인했다. 법원이 김씨와 장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뒤엔 김씨와 송 시장이 검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장씨는 지난 15일 검찰 출석 당시 금품 전달 의혹 이외에도 변호인 접견권과 관련한 문답이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장씨의 변호인은 “장씨가 지난 5월 체포됐을 때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소속 검사가 부당하게 변호인 접견을 막았다”며 수사팀 감찰이 필요하다는 진정을 대검찰청에 제기했었다. 변호인은 이후 대한변호사협회에도 진정서를 냈고, 협회에서도 검찰에 소명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 15일 장씨를 상대로 변호인 없이 출석한 경위, 1차 출석 당시 진술의 임의성 여부 등을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장씨와 김씨 수사 당시 부당한 변호인 접견 제한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돈을 주고받은 혐의를 받는 2명을 동시에 접견하는 것은 기밀유출 우려가 있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당시 1명은 접견을 허용했고, 나머지 1명은 동의 하에 변호인 없이 조사를 진행했었다.
지난해부터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본격 수사해온 검찰은 총선 이후에는 송 시장 선거캠프 측의 뇌물수수, 채용비리 의혹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지난 4월 법원에서 “추가 수사에 2~3개월쯤이 소요된다”고 했었다. 법조계는 검찰 인사가 예정된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이전에 일부 추가 기소와 함께 수사가 마무리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