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일회용품 사용 일상화…고민 깊은 ‘안전 대 환경’

입력 2020-07-21 05:00

#1. 20일 서울 중구의 한 대규모 커피전문점에서는 매장 안에서도 머그나 텀블러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찾기 힘들었다. 이용객이 적잖은 매장이었으나 코로나19 이후 손님이 원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매장 안에서도 일회용 컵에 음료를 제공하고 있다.

매장에서 일하는 이모(29)씨는 “코로나가 터지기 전만 해도 매장에서 드시는 고객께 실수로 일회용 컵에 제공하면 다시 음료를 만들어드리는 게 기본 매뉴얼이었다”며 “하지만 코로나19 이후로 일회용 컵 사용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2. 코로나19로 외식을 거의 하지 않으면서 이따금 배달 음식을 시켰던 박정은(40)씨는 쓰레기 문제로 고민이 깊다. 평소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가던 박씨는 배달 음식에서 나오는 일회용품 때문에 음식 주문을 줄이기로 했다.

박씨는 “택배도 그렇고 쌓이는 일회용 쓰레기를 보면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최대한 줄이고 싶은데 코로나 때문에 여의치 않은 것 같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일회용품 사용이 늘고 있다. 안전과 위생을 중시하면서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제재와 부담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커피전문점에서 일회용품 사용이 사실상 금지됐다가 되살아난 것처럼 일회용품 사용이 일상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올 초까지만 해도 환경을 생각하는 가치 소비 성향이 강해지면서 기업마다 환경친화적 정책과 마케팅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유행 이후 소비 트렌드가 친환경에서 안전과 위생으로 급격히 전환되면서 기업들도 고민이 깊다. 정부 방침은 플라스틱 쓰레기 등 일회용품을 줄여나가자는 기조인데 소비자들의 요구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편의점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도시락이나 가정간편식(HMR) 제품을 사용할 때 편의성을 더 높여달라는 요구가 늘었다”며 “1인 가구 증가와도 관련이 깊은데 1인용 개별포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진 편”이라고 말했다.

HMR 제품 사용의 증가도 일회용품 쓰레기 증가로 이어진다. HMR 냉동 제품 포장에 사용하는 일부 포장재는 사실상 재활용이 안 된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친환경적인 포장재에 대한 고민이 깊고 관련 부서에서도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다”면서도 “지금은 안전에 대한 요구가 많아서 소포장 제품을 줄이는 방식은 당분간 힘들 듯하다”고 말했다.

배달 음식 증가에 대한 우려도 크다. 배달 앱 1위인 배달의민족과 한국프랜차이즈협회는 지난 5월 ‘포장·배달 플라스틱 사용량 감량을 위한 자발적 협약식’을 열고 플라스틱 사용량을 최대 20% 줄이기로 했다. 용기 규격화로 포장·배달 용기 사용 개수를 줄이고, 용기 두께를 줄이는 식으로 플라스틱 사용 총량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코로나19로 소비 규모가 줄어들면서 플라스틱 등 일회용품 쓰레기가 급증하지는 않았다. 환경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구체적인 수치가 집계되지는 않았으나 서울의 일부 자치구에서는 쓰레기 처리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올 상반기 집계된 쓰레기 처리량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아무래도 소비가 줄면서 쓰레기 배출 자체가 줄어든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친환경 기조가 주춤하면서 일회용품 사용이 계속 증가할 것에 대한 우려는 깊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