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잡기용으로 ‘행정수도 완성’ 카드 꺼낸 김태년…현실성은?

입력 2020-07-20 17:46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국회와 청와대, 정부 부처를 모두 세종시로 옮기는 ‘행정수도 완성’ 카드를 꺼내들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과포화 상태인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정치권이 이를 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입이 일자리와 주거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며 “지방 소멸은 대한민국 전체의 성장과 발전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극적인 논의를 통해 국회와 청와대, 정부 부처가 모두 세종시로 내려가야 한다”며 “행정수도 완성을 통해 수도권 과밀과 부동산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국회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의 이날 연설은 사실상 개헌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헌법재판소는 노무현정부가 추진한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서울이 수도라는 점은 관습상 불문헌법에 해당한다’며 2004년 위헌 결정을 내렸다. 민주당 관계자는 “환경이 많이 달라졌으니 헌재가 다시 위헌 결정을 내릴 것 같지 않다”면서도 “여야 합의를 전제로 제안된 사안이다. 혹시 위헌 결정이 난다고 해도 여야가 개헌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미 내부 조사를 통해 행정수도 이전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행정수도 이전은 수도권 집중화 문제, 부동산 문제 등을 해결해 국가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 제안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행정수도 이전을 통해 정치권과 정부 부처가 먼저 수도권 밖으로 나가면 수도권 초집중화 및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인 셈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단 찬반을 떠나 통합당도 국가 균형발전에 책임이 있는 만큼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래통합당은 “이미 위헌 결정이 나온 사안”이라며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미 헌법재판소에 의해 국회 등을 이전할 수 없다는 것이 이미 결정됐다”며 “이제 와서 헌재 판결을 뒤집을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선을 그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더 신중하게 논의해야 할 사항”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행정수도 이전을 통한 집값잡기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원장은 “근본적으로 수도권 부동산 과열은 수요 대비 공급 부족 문제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국회 등이 이전하면 수요가 일부 분산되기는 하겠지만, 국회와 정부 부처 공무원 등 몇 천 가구 수준에 불과한 만큼 수도권 수요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전문가도 “미국에 워싱턴DC가 있다고 뉴욕의 집값이 잡히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미 투기과열지구로 분류돼 있는 세종이 국회 등의 추가 이전설이 나오면서 집값이 들썩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