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진상규명과 관련해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철저히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 범위는 서울시 관계자들의 성추행 방조·묵인, 박 전 시장의 사망경위, 피해자와 피고소인에 대한 2차 가해로 한정했다. 성추행 고소사건 자체에 대해서는 피고소인의 사망으로 수사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재차 선을 그었다.
김 후보자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이처럼 답했다. 그는 현재 서울지방경찰청에 꾸려진 ‘박 전 시장 수사전담 TF’의 수사갈래를 크게 세 가지로 설명했다. 피해자의 성추행 피해 호소를 서울시 관계자들이 방조·묵인했는지 여부와 박 전시장 사망의 정확한 경위, SNS 등을 통해 피해자와 피고소인에 가해지는 ‘2차 피해’ 여부다. 김 후보자는 “사망 경위 파악을 위해 포렌식 관련 조치가 이뤄지고 있고, (임순영 젠더특보가 경찰에) 출석하면 상당부분 파악이 가능할 것으로 안다”고 했다. 임 특보는 고소가 접수되기 전인 8일 오후 3시쯤 박 전 시장에게 ‘불미스런 일이 있냐’고 처음으로 물어본 인물이다.
후보자는 다만 고소사건 자체를 수사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김 후보자는 “최종적으로 경찰의 수사 내용이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재판을 통해 확정해야 하는데, (피고소인의 사망으로) 그것을 못하기 때문에 (공소권 없음 처리하는) 지금 제도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공소시효가 지났음에도 재수사가 진행됐던 이춘재 사건을 예로 드는 의원들의 질의에는 “용의자가 존재하고, 경찰 수사 협조에 동의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단순 비교가 어렵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피해자의 고소 사실이 박 전 시장에게 유출된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에서 유출된 정황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만약 경찰에서 유출된 것이라면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소 당일 이뤄진 경찰의 청와대 보고 자체는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현재 수장인 부산지방경찰청의 오거돈 성추행 사건 늑장수사 의혹에 대해서는 “기자회견을 보고서야 사안을 인지했다”며 “일체의 은폐나 좌고우면 없이 철저히 수사하고 있다”고 했다. 고(故) 최숙현 선수의 가혹행위 피해에 대한 경북 경주경찰서의 부실수사 논란과 관련해서는 “경북지방경찰청에서 수사 전반에 대한 감찰을 진행 중”이라며 “결과를 보고 엄중 조치할 계획”이라고 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