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정책 기본이 뚫린 느낌” 깔따구 공포 파문 확산

입력 2020-07-20 17:39
지난 15일 인천시 계양구 병방동 한 주택에서 발견된 유충이 물병에 담겨 있다. 연합뉴스


인천 수돗물 등에서 발견된 벌레는 깔따구 유충으로 파악되고 있다. 깔따구는 4급수 이하의 더러운 물에서 사는 수질오염 지표생물인데다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어 상수도 수질관리를 더욱 철저히 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환경부에 따르면 깔따구는 형태가 모기와 유사해 ‘모기붙이’ 라고도 하며 저수지 강 개울 해변 등에서 서식한다. 질병을 매개하지는 않으나 각종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키는 의용(醫用) 곤충이다. 모기와 달리 입이 완전히 퇴화돼 사람을 물지 않으며, 크기는 11㎜정도다. 깔따구는 발생빈도가 대단히 높으며, 낮에는 그늘진 곳에 모여 있고 해질 무렵 결혼비행으로 집단을 형성해 이동하거나 불빛을 따라 모이는 경향이 강하다.

깔따구는 지역의 환경조건이나 오염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생물이다. 실지렁이, 종벌레 등과 함께 수질 4급수 지표생물이다. 4급수는 전형적인 더러운 물로 음용할 수 없고 농업용수 등으로 사용되는 물이다. 거머리가 서식하는 물이 이보다 한 단계 높은 3급수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깔따구는 알레르기성 천식, 아토피, 비염 등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깔따구 유충이 들어있는 물을 마셨을 때 인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연구가 없다는 것이다. 김왕규 국립생물자원관 박사는 “음용했거나 물에 흘러 들어와 마셨을 때 유해성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이번 사태처럼) 수돗물에 혼입된다는 것은 (이전에) 없던 케이스이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알려진 것도 우리나라가 최초다. 가정 내에 공급된 음용수에 들어간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장정화 수돗물시민사회네트워크 사무국장도 “유례가 없는 일이라 우리도 당황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수돗물 정책이 맛과 냄새를 좋게 하는 고도처리화 정수시설 확충에 집중해 왔는데, 오히려 기본이 뚫린 느낌”이라고 전했다.

다만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는 “기생충처럼 몸에 들어와서 증식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만약 몸 속으로 들어온다 해도 위산이나 이런 것으로 소화가 되기 때문에 무해한 편”이라고 말했다.

깔따구 유충이 발생한 원인은 활성탄 여과지 때문으로 파악되고 있다. 환경부와 인천시는 공촌정수장과 부평정수장에서 죽은 깔따구 유충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발견했다. 최계운 인천대 명예교수는 “활성탄은 모래 대신에 석탄가루나 숯 같은 것들을 2m 정도 쌓아놓는 것”이라며 “벌레가 들어올 수 있고, 사람이 오가는 과정에서 깔따구가 유입이 돼 번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실제 공촌정수장은 저수조 인근에 창문 등이 열려 있는 등 개방된 환경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습도와 기온이 높은 여름 장마철 깔따구 등의 유충 번식이 더욱 활발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 상황에서 깔따구 유충은 인천뿐 아니라 전국 어느 정수장에서도 나올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최 명예교수는 “(활성탄 방식은) 서울에서는 이미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인천에서도 부평이 먼저 하고 나머지 다른 지역에서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깔따구 유충들이 어떻게 가정으로 흘러 들어갔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태다. 환경부 관계자는 “(활성탄 여과지는) 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은 될 수 있지만 오존처리를 하기 때문에 유충이 죽어서 발견된다”며 “죽은 유충들이 역세(逆洗)를 하면서 걸러져야 하는 게 맞는데 가정까지 들어간 부분은 면밀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수장 환경과 상수도 수질관리 체계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김 박사는 “물리적으로 (정수장과 깔따구를) 격리하는 게 적절하다”며 “깔따구는 성충이 날기 시작하면 짝짓기를 위해 날아오른다. 날기 위한 과정을 차단시키는 것이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자용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관리 인원이나 장비가 얼마나 마련돼 있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사태가 사태인 만큼 빨리 수로를 청소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황윤태 최지웅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