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로운 아베, 잇단 코로나 실책에 자민당 지지층마저 외면

입력 2020-07-20 17:25 수정 2020-07-20 18:10
마스크를 벗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아베 신조 일본 내각의 잇따른 코로나19 정책 실패가 정권을 위태로운 지경으로 내몰고 있다. 앞서 바이러스 확산 상황에서 추진한 천 마스크 전국 배포 사업이 ‘아베노마스크’라는 조롱거리로 전락한 데 이어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내놓은 여행 장려 정책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아베 총리에 굳건한 지지를 보냈던 자민당 지지층마저 등을 돌리고 있다.

20일 공개된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의 7월 월례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자민당 지지층 내에서도 정적인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에게 지지율이 뒤쳐졌다.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28%에서 21%로 7%포인트 하락한 데 반해 이시바 전 간사장의 지지율은 18%에서 22%로 4%포인트 상승하며 두 사람의 지지율이 역전됐다. 전국민 대상으로도 아베의 지지율은 지난달 조사 때보다 2%포인트 하락한 12%, 이시바는 3%포인트 상승한 26%로 집계돼 격차가 벌어졌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지난해 말 이후 전국민 대상 차기 총리 선호도 조사에서 줄곧 선두를 달렸지만 당내 기반이 약해 자민당 지지층 내에서는 아베 총리를 넘어서지 못했다. 아베는 미숙한 코로나19 대응, 측근 비리 등 정치적 악재에도 불구하고 자민당 지지층 내에서만큼은 20%대 후반~30%대 초반의 굳건한 지지율을 유지해왔다.

정권 차원의 잇따른 코로나19 실책이 이번 여론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로 침체된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오는 22일부터 국내 여행 비용 일부를 쿠폰으로 보전해주는 ‘고 투 트래블(Go To Travel)’ 정책을 시행할 예정이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예산만 1조3500억엔(약 15조1548억원)이 투입되는 이 정책을 코로나19 재유행 국면에서 밀어붙이는 것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높다.

닛케이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0%가 고 투 트래블 시행이 “너무 빠르다”고 답했다. 지난 18~19일 실시된 아사히신문의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4%가 고 투 트래블 시행을 반대한다고 답했다. 지난 4월 아베 정권이 국민들에게 배포한 천 마스크에서 불량품이 속출하며 ‘졸속 행정’이라는 비난이 쏟아진 데 이어 또 코로나19 실책이 나온 것이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정부나 지자체에 반송되거나, 사용되지 않고 민간단체에 기부되는 천 마스크는 최소 10만장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심에 이어 당심까지 아베에 등을 돌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아베 위기론’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이 ‘의원 50%+당원 50%’의 내부 투표로 총재를 선출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 지지층의 이탈이 특히 뼈아프다. 집권당 총재가 총리를 맡는 의원내각제 국가인 일본의 특성상 이시바 전 간사장이 자민당 지지층 내 선호도에서 아베 총리를 꺾었다는 것은 그가 실제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