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보존키로 전격 결정한 데는 정세균 국무총리의 강력한 건의가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벨트 해제에 관해 ‘신중론’을 펼쳐온 정 총리의 의견을 문 대통령이 받아들이면서 관련 논란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복수의 국무조정실 관계자에 따르면 정 총리는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주례회동에서 문 대통령에게 그린벨트 해제 문제를 신중히 접근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주례회동에서 부동산 문제 관련 이야기가 나오자, 정 총리가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평소 생각을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며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문 대통령의 생각 역시 정 총리와 같았고, ‘이 문제는 빨리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두 분 의견이 일치해 이런 결정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는 전날 KBS 프로그램에 출연해 “그린벨트는 한번 훼손하면 복원이 안 된다.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신중론’을 밝힌 바 있다.
정 총리는 지난주 경제부처 장·차관들을 연일 만나 그린벨트 해제에 신중해 줄 것을 재차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정 총리가 지난 17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으로부터 그린벨트 해제에 관한 보고를 받고 관련 지시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정 총리는 두 사람에게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 방안의 효용성이 있는지, 그린벨트 수용비(토지보상금) 지급으로 오히려 부동산 시장에 돈이 몰릴 수 있는지 등을 꼼꼼히 살필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또 “정 총리가 ‘그린벨트가 해제될 것처럼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주는 것도 잘못됐다. 정확히 정책을 만들어야지 왜 이렇게 혼선을 주냐’며 지적도 했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또 지난 19일 오후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현미 국토부 장관 등 경제부처 장관들을 불러 가진 경제상황점검회의에서도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신중히 접근해 줄 것을 다시 한번 당부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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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