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일부 확진자의 거짓 진술 때문에 방역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확진자가 발생하면 빠르게 접촉자를 분류해 조치해야 하는데 거짓말로 역학조사의 ‘골든타임’을 놓쳐 피해를 키운 사례가 잇따랐다. 소수의 잘못으로 방역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은 20일 브리핑에서 “확진자의 자발적인 참여와 정보제공이 추가적인 확산을 막는 데 있어서 매우 결정적인 사안”이라며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이러한 역학조사에 비협조적이거나 역학조사를 방해한 것이 확인되는 경우 관련법에 따라 처벌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역학조사에서 거짓 진술을 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코로나19는 전파력이 높은 특성상 신속하고 정확한 역학조사가 중요하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도 브리핑에서 “코로나19는 무증상 시기에도 전파가 되고 잠복기가 짧아서 3일 정도 지나면 벌써 두 번째 환자가 발생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이런 기간을 단축해야 n차 전파를 조기에 단축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지금까지 지역사회를 위협한 집단감염의 주요 변곡점에서 ‘거짓말’은 수차례 피해를 끼쳤다. 지난달 말부터 방문판매업체발 집단감염으로 홍역을 치렀던 광주는 최근 감염 확산세가 잠잠해지는 듯했지만 서울 송파구 60번째 확진자의 거짓말로 감염 공포가 재확산되고 있다. 지난 15일 확진 판정을 받은 이 확진자는 앞서 10~12일 광주를 방문했으나 이 사실을 방역 당국에 제때 알리지 않았다. 광주 방문 당시 그는 친인척 17명과 접촉하고 3차례에 걸쳐 식사도 했다.
방역 당국은 GPS기록과 친인척들의 신고로 지난 17일에야 이 사실을 파악하고 접촉자 분류에 나섰다. 밀접 접촉한 친인척 중 9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고 이들이 다녀간 희망직업학교에서 2명, 보험설계업체 JDW컨설팅에서 2명의 추가 확진자가 나왔다. 역학조사에서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된 광주시민만 128명이었다. 광주시는 이 확진자를 관련법에 따라 경찰에 고발하고 구상권 청구를 검토하기로 했다.
한순간의 거짓말이 관악구에서 제주로 추가 감염을 일으킨 사례도 있었다. 지난 9~14일 제주를 방문한 후 16일 확진 판정을 받은 관악구 사무실 관련 광진구 20번째 확진자는 앞서 13일 확진된 강남구 91번째 확진자의 접촉자였다. 하지만 91번째 확진자가 접촉력을 제대로 진술하지 않으면서 자가격리 대상에서 누락됐다. 결국 20번째 확진자의 가족과 지인 등 4명이 제주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거짓 진술의 피해 규모가 가장 컸던 건 이태원 클럽 방문자였던 인천 학원 강사의 경우였다. 인천 102번째 확진자인 그는 이태원 클럽 방문력으로 접촉자로 분류됐으나 보습학원에 강의를 나가는 사실을 숨겼다. 이 때문에 학원·과외 학생과 이들이 다녀간 코인노래방과 교회, 부천 뷔페식당까지 삽시간에 연쇄감염이 발생했다. 퇴원 후 이날 구속된 102번째 확진자는 경찰 조사에서 “당시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와 충격을 받아서 거짓말을 했고, 경황이 없어 기억도 잘 나지 않았다”며 “감염된 이들에게 죄송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