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화당 주지사들, 마스크 착용 의무화 반발…“요구할수록 갈등 심화”

입력 2020-07-20 17:01
1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헌팅턴 비치에서 시민들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걷고 있다. AFP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면서 미국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지역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 소속 주지사들이 이끄는 일부 지역에선 마스크 착용에 반발하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는 것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인들은 보건당국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권고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을 두고 씨름을 하고 있다”면서 “마스크 착용 요구가 강해질수록 갈등도 심해지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내 코로나19 진앙지였던 뉴욕 주에선 지난주 배우 모건 프리먼이 등장하는 마스크 착용 캠페인 영상 광고가 베일을 벗었다.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3만명을 넘었던 뉴욕 주는 국내 확산세가 커지면서 2차 파도를 우려하고 있다.

앤드류 쿠오모 뉴욕 주지사도 마스크 착용을 독려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우리는 이데올로기나 정치적 성향에 의해 나뉘지 않고 하나로 연대해야만 바이러스를 물리칠 수 있다”면서 “나는 당신을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당신은 나를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는 것이다. 이건 아주 간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7만명대를 기록하면서 월마트나 타깃, CVS등 대형마트에서는 최근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간 마스크 착용에 부정적이던 공화당 지도자들이 마스크 착용에 동참하면서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는 지역도 늘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확산된 지 6개월이 지난 지금도 주마다 마스크 관련 지침이 다르다. ABC방송에 따르면 현재 미국 50개 주 중 주 단위 마스크 의무화 정책을 도입한 곳은 28곳 뿐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마스크를 신뢰하지만 마스크는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면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특히 일부 공화당 소속 지도자들이 마스크 착용에 대해 ‘개인의 자유 침해’라는 시각을 가지고 있는 지역에선 마스크 착용에 대한 반발이 심하다.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지난 주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주도인 애틀랜타시가 주민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자 케이샤 랜스 보텀스 애틀랜타 시장이 행정명령을 위반했다며 소송까지 제기했다. 주지사 중 처음으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던 케빈 스팃 오클라호마 주지사 역시 마스크 착용 명령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NYT는 “최근 갤럽이 실시한 온라인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 72%가 외출할 때 마스크를 착용한다고 답했다”면서도 “보수적인 지역에서는 마스크에 정치 또는 문화적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고,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는 것이 심각한 권리 침해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는 코로나19 감염자가 다시 급증하거나, 감염자가 줄어 경제활동을 재개하는 경우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많은 나라들과 대비된다.

프랑스 정부는 20일(현지시간)부터 공공장소의 실내 공간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벌금 135유로(약 18만6000원)를 부과하기로 했다. 홍콩도 19일 신규 확진자가 100명을 넘어서자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