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과 신장위구르 소수민족 인권탄압 등을 이유로 2022년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보이콧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최근 홍콩보안법 시행과 소수민족 탄압 등을 둘러싸고 캐나다와 미국, 스웨덴 등 동계올림픽 강국들과 중국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미국 주도로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0일 보도했다.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은 대중국 강경론자인 마르코 루비오 미국 상원의원과 릭 스콧 상원의원 등이 주도하고 있다.
루비오 의원은 2018년 신장위구르 자치구 인권탄압을 이유로 베이징의 개최권 박탈을 주장했고, 스콧 의원은 2021년 1월까지 신장 지역 인권상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으면 개최국 교체를 요구하도록 하는 법안을 지난 3월 발의했다.
또 홍콩보안법 시행을 계기로 미국이 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파이브 아이즈’(영어권 5개국 정보기관 네트워크) 국가들과 대중국 전선의 결속력을 높이고 있는 점도 올림픽 보이콧의 변수가 되고 있다.
특히 평창 대회 당시 전체 금메달의 절반 이상을 휩쓴 노르웨이 독일 캐나다 미국 네덜란드 스웨덴 등 6개국 가운데 캐나다 미국 스웨덴 등 중국과 ‘앙숙’인 나라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옥스퍼드대학 중국센터의 조지 마그누스 교수는 “메달 상위권 국가들의 불참은 중국에 분명 고통스러울 것”이라며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잠재적 화약고’가 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캐나다 출신의 딕 파운드 IOC 위원은 최근 “올해 도쿄 하계올림픽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면, 베이징 동계올림픽도 취소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방 국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론을 둘러싸고도 중국과 각을 세워왔다. 따라서 코로나19의 중국 책임론이 보이콧 움직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황옌중 미국외교협회(CFR) 연구원은 “내년 가을까지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올림픽 보이콧 움직임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며 “전염병 확산에 따른 좌절과 분노가 계속 커지면서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비난은 중국에 집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가 중국과 서방의 관계를 악화시켜 올림픽 보이콧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통제에 4~5년이 걸릴 수 있다고 했고, 미국에서는 2022년 여름까지 삶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미·소 냉전시기인 1980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이유로 모스크바 하계 올림픽에 서방 국가들이 대거 불참했고, 이에 대응해 공산권 국가들이 1984년 LA올림픽을 보이콧 했었다.
한편 영국은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에 대한 제재안 가운데 하나로 홍콩과의 범죄인인도 조약을 중단키로 하는 등 강경한 대중국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캐나다와 호주도 홍콩과의 범죄인 인도 조약을 중단했다.
영국 정부는 또 인권 탄압을 저지른 중국 측 기관과 개인에게 이른바 ‘마그니츠키 제재’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는 국제 사회가 인권 유린국에 내리는 자산 동결, 비자 발급 제한 등의 조치를 뜻한다. 영국은 앞서 러시아, 미얀마, 북한, 사우디 국적자에 이런 제재를 내렸다.
영국은 이 밖에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 퇴출, 중국의 홍콩보안법에 맞선 이민법 개정 등으로 중국과 각을 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림픽 보이콧을 넘어 미·중 갈등이 군사충돌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하버드대학의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는 “2020년의 남은 기간은 1941년 마지막 5개월동안 미국과 일본 사이에 일어난 일이 재현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기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호주 전략정책연구소의 맬컴 데이비스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미국이 반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오판한 채 영토 분쟁을 무력으로 해결하려는 유혹에 끌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