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비위, 뭐라도 내라’고 한적 없다” 이동재 측 반격

입력 2020-07-20 16:52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지난 17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으로 구속된 이동재(35) 전 채널A 기자가 의혹 제보자인 지모씨 발언들에 대해 집중 반박에 나섰다. “이씨가 ‘유시민과 관련해 뭐라도 내놔라’고 했고, 보도 시점으로 3월말~4월초를 강조했다”는 지씨의 언론 인터뷰는 허위라는 주장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는 20일 지씨 제보를 받고 의혹을 보도한 MBC 장인수(44) 기자 및 이씨를 불러 조사했다. 지씨 발언의 신빙성과 제보 경위는 향후 수사 및 재판에서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씨 측은 전날 녹취록 등을 공개하며 “지씨가 언론에 반복적 허위 진술을 했다”고 주장했다. 지씨는 지난 4월 방송 인터뷰에서 이씨가 “뭐라도 내놔라. 유시민 작가 강의료 준 거라도 줘라. 그러면 알아서 하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씨는 녹취록에 그런 말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지씨는 또 이씨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및 청와대 관계자, 친여 성향 인사만 반복 언급했다고 인터뷰했다. 하지만 녹취록을 보면 이씨는 “유 이사장을 치면 좋다”면서도 “여든 야든 상관없다. 밸런스를 맞춰 제보해도 된다”고 말했다. 여권 인사만 노린 취재는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이씨는 보도 시점을 두고서도 지씨가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한다. 이씨는 지난 2월 25일 “총선 전후는 없다”며 “4월이면 해외 연수를 가니까 기사를 안 써도 그만”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지씨는 “그 전에 뭘 해야 되는데”라고 말했다. 3월 22일 다시 만난 자리에서 이씨는 “왜 총선을 생각하냐”고 말했다. 그러자 지씨는 “(총선) 전에 얘기하면 도움을 받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씨는 지난 4월 주간지 인터뷰에서 “나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았는데 채널A가 3월말~4월초를 강조했다”며 “총선 개입 목적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 측은 3월 13일과 22일 MBC 기자가 지씨와 이씨의 만남을 몰래 촬영한 점을 고려하면 지씨가 사실상 덫을 놓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MBC는 지난 3월 31일 검·언 유착 의혹을 보도했다.

지씨 진술의 신빙성과 제보 경위 등은 앞서 대검찰청도 균형감 있게 수사해야 한다고 서울중앙지검에 주문했던 것이다. 이씨 측은 지난 18일 KBS 보도 이후 사건 관련 녹취록을 공개하는 등 반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KBS는 이씨와 한 검사장이 만나 총선 전 보도시점을 언급했고 유 이사장 의혹을 제기하려고 공모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가 하루 만에 “부정확한 사실”이라며 사과했다. KBS 등을 고소한 한 검사장 측은 “고소 취하는 없다. 취재원을 밝히면 선처를 고려해보겠다”며 강경한 입장이다.

검찰은 구속된 이씨를 불러 한 검사장과의 공모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MBC 장인수 기자도 보도 경위 등과 관련한 조사를 받았다. 장 기자는 후속보도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측이 신라젠에 투자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가 고소당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