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좀비기업’을 정리하면 국내 제조업 생산성이 4% 이상 향상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악성 좀비기업 5곳 중 4곳은 결국 회생에 실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송상윤 부연구위원은 20일 ‘한계기업이 우리나라 제조업 노동생산성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서 “한계기업을 제외하면 (국내) 제조업 노동생산성은 2010~2018년 평균 기준 4.3% 상승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계기업은 연속 3년 이상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 즉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한 회사를 말한다. 되살아날 능력이 없음에도 외부 지원으로 간신히 파산을 면하고 있다는 점에서 좀비기업으로 지칭하기도 한다. 송 위원은 한계기업 범위를 ‘설립한 지 10년 이상 된 회사’로 좁혔다.
한계기업 2년차 이상인 만성한계기업과 저수익·고부채 한계기업을 제외한 제조업 노동생산성은 각각 2.3%, 2.5% 상승했다. 이들 모두 없는 상황에서 생산성은 3.4% 높아졌다. 만성한계기업과 저수익·고부채 한계기업이 전체 제조업 생산성을 상당 부분 깎아먹는다는 뜻이다.
한계기업의 생산성은 정상기업의 48%에 불과했다. 만성한계기업과 저수익·고부채 한계기업은 각각 47.7%, 41.3%였다. 업종별로 의복, 화학, 의료 제조업에 속한 한계기업의 생산성이 정상기업 대비 각각 23.9%, 26.9%, 33.3%로 특히 낮았다. 코크스, 섬유, 펄프 제조업 내 한계기업의 생산성은 각각 70.9%, 70.8%, 64.2%로 높은 편이었다.
생산성이 낮은 만성한계기업과 저수익·고부채형 한계기업은 향후 2년 연속 정상기업에 든 비율인 회생률이 각각 23.1%, 21.1%에 그쳤다. 고부채형 한계기업의 회생률은 39.2%였다.
국내 제조업 내 한계기업 비중은 2010년 7.4%에서 2018년 9.5%로 확대됐다. 2011년 저점(6.4%)을 찍은 뒤 꾸준히 상승세다. 송 위원은 “만성한계기업이 2010년 3.9%에서 2018년 5.3%로 늘어난 데 주로 기인한다”며 “저수익 한계기업의 적체현상이 발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만성한계기업 비중이 늘지 않은 것으로 가정할 때 정상기업의 노동생산성은 연평균 1.01%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자산증가율과 고용증가율은 각각 연평균 0.5% 포인트, 0.42% 포인트 높아졌다. 1년차인 신규한계기업은 정상기업의 성과에 눈에 띄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송 위원은 “이러한 결과는 만성한계기업이 생산성이 높은 정상기업으로의 자원 이동을 제약해 이들의 노동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