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후배와 그의 여자친구로부터 고문에 가까운 학대를 당한 20대 남성의 아버지가 2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세한 피해 내용을 털어놨다. 아들이 가족에게 해를 끼치겠다고 위협하는 후배 커플 때문에 도망치지 못했고, 폭행·불고문 등의 학대를 3개월 넘게 견뎠다는 것이다.
피해자의 아버지인 A씨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아들이 집에서 한 달여 간 치료를 받았는데 아직도 팔·다리와 머리 두피 부분에서 진물이 흐른다”고 말했다. 그는 집으로 돌아온 아들의 모습을 처음 봤을 때 눈물조차 안 날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며 가해자들의 엄벌을 촉구했다.
A씨에 따르면 아들 B씨는 중학교 운동부 후배였던 C씨의 연락을 받고 고향인 광주를 떠나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경기도 평택에서 생활했다. C씨, C씨 여자친구와 함께였다. C씨가 ‘고수입이 보장된 물류센터 일을 소개해주겠다’며 평택으로 이사오라고 B씨를 설득했다고 한다. A씨는 “나중에 알고 보니 물류센터에서 일한 일당도 C씨가 갈취했더라”고 말했다.
C씨 커플은 직장을 그만두고 생활비가 부족해지자 B씨를 폭행하기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처음에는 주먹 등으로 때리다가 골프채까지 동원해 폭행했다고 한다. A씨는 “때린 티가 안 나게 골프채에 테이프를 감아서 때렸다더라”며 “(아들의) 코뼈, 이 등이 다 부러졌다”고 했다.
또 “치료를 못 받으니 (고름, 염증 등 때문에) 냄새가 난다고 아들을 화장실에 가뒀다고 한다”면서 “물 마셨다고 때려서 화장실 수돗물로 버텼다고 했다. 생라면 하나 던져주고 그랬다더라”고 말했다. C씨 커플은 B씨의 몸에 끓는 물을 끼얹거나 불로 몸을 지지는 등의 가혹행위도 일삼았다.
B씨의 돈을 갈취하기도 했다. 헬스장을 함께 차리자던 C씨 커플은 B씨에게 4000만원을 만들어오라고 요구했다. B씨가 돈을 마련하지 못하자 부모에게 연락해 10~20만원씩 송금받도록 했고, 그 돈을 모두 빼앗았다. B씨 명의로 대출까지 받았다. A씨는 “(우리가) 돈을 바로바로 안 보내주면 C씨 커플이 아들에게 분풀이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B씨는 체고 졸업 후 군대도 다녀오는 등 C씨 커플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정상적으로 생활했다고 한다. 그러나 C씨 커플의 지속적인 학대와 협박 때문에 위축돼 쉽사리 도망치지 못했다. 특히 “부모를 살해한 뒤 장기매매하고, 동생을 노예로 부려먹겠다”는 말을 듣고 가족이 피해를 입을까 걱정됐다고 했다. A씨도 B씨가 통화할 때마저 힘든 내색을 전혀 안 해 이런 상황을 알지 못했다.
다만 A씨는 체격도 건장한 아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C씨 커플이 약물을 강제로 먹게 했을 가능성도 의심하고 있다. A씨는 “아들이 묶이고, 폭행당한 과정 등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C씨 커플은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B씨가 자신들에게 돈을 빌린 뒤 도망가 오히려 금전적 손해를 봤으며, 가혹행위 역시 B씨 스스로 자신의 몸에 한 것이라는 취지다. A씨는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그런 악질도 없다”며 “제2의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다.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씨 커플은 지난 17일 구속됐다. 경찰은 이들의 범행 동기를 명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프로파일러를 투입하는 등 수사를 벌이고 있다. B씨에 대해서는 범죄피해자 지원센터와 연계, 치료비 지원과 심리 치료를 받게 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