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주전 수문장 다비드 데헤아(29)가 잦은 실수로 비난을 받고 있다. 여전히 놀라운 선방을 보여주는 것도 사실이지만 주요 경기 고비마다 실수를 반복하면서 팀 패배의 원흉이 될 때가 많아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데헤아는 1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경기장에서 열린 첼시와의 FA컵 준결승에서 실책성 플레이를 포함해 3실점을 허용, 1대 3 패배의 원인을 제공했다. 특히 이날 메이슨 마운트의 중거리 슛을 막아내지 못한 장면은 데헤아의 평소 선방 범위를 생각하면 고개가 갸우뚱한 장면이었다.
이날 데헤아의 출전은 다소 의아스러운 면이 있었다. 평소라면 맨유는 컵 대회에서 데헤아 대신 서브 골키퍼인 세르히오 로메로 골키퍼를 내세워왔다. 2017년 맨유가 주제 무리뉴 감독의 지휘로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을 차지할 당시에서 결승전에 출전한 건 로메로였다.
올레 구나 솔샤르 감독은 지난 13일 사우스햄턴과의 경기로 데헤아가 맨유에서 출장 400회를 맞은 걸 기념해 축하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선발 출전 결정은 이번 경기를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했거나 혹은 데헤아를 향한 믿음을 보여주려 한 의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날 패배로 데헤아는 오히려 전보다 더한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이날 영국 국영 BBC방송의 ‘매치오브더데이’에 출연한 전 잉글랜드 대표팀 주장 앨런 시어러는 “만일 골키퍼가 실수를 한두 번 저지른다면 신임해야 한다. 그러나 데헤아의 실수는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맨유의 전성기를 함께한 수비수이자 과거 맨유의 코치를 지냈던 필 네빌 역시 “4차례나 맨유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던 골키퍼가 이런 실수를 하는 건 지나가기 어렵다”면서 “자신 넘치는 데헤아였다면 오늘 3골을 다 막았을 것이다. 데헤아의 기복 있는 플레이가 맨유 경기에 해를 끼치고 있다”고 평했다.
데헤아는 지난달 20일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와 맞붙어 정면으로 낮게 날아온 스티브 베르바인의 슈팅을 손으로 어설프게 막다가 골을 허용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왓포드와의 원정 경기에서도 데헤아는 비교적 쉽게 처리해야 했던 상대 슈팅을 잡았다가 놓치면서 선제골을 허용, 0대2 패배의 원흉이 됐다.
지난 3월 1일 열린 에버턴과의 경기에서는 상대 압박도 느슨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롱킥을 시도하다가 늦게 쇄도한 상대 공격수 도미닉 칼버트르윈에게 차단당해 그대로 골을 허용, 1대1 무승부의 원인을 제공해 갈길 바쁜 팀을 주저앉혔다.
실수가 반복되자 맨유 소속 임대생으로 지난 시즌부터 셰필드 유나이티드의 돌풍을 이끄는 딘 핸더슨 골키퍼를 불러와야 한다는 의견도 거세다. 시어러는 “핸더슨을 데려오려면 주전으로 삼아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차라리 현재 있는 곳에서 경험을 쌓게 하는 게 낫다”면서 “(핸더슨을 데려올) 때가 된 듯하다”고 덧붙였다.
솔샤르 감독은 여전히 데헤아를 믿는다는 태도다. 그는 이날 경기 후 인터뷰에서 “데헤아도 100이면 100 그 골을 막아야 했다는 걸 안다”며 데헤아의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하지만 그게 축구다. 이미 끝난 일이고 극복해야 한다. 데헤아가 정신적으로 강한 사람이자 골키퍼라는 걸 안다”고 신임의 메시지를 내보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