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개월 만에 평양종합병원 건설 현장을 방문해 공사 전반에 나타난 문제점을 지적하고 강하게 질책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병원 설비 및 자재 보장 문제를 비판했는데, 장기화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자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병원 완공 예정일까지 3개월이 채 남지 않은 가운데 김 위원장이 초조해 하는 모양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평양종합병원 건설 현장을 현지지도했다고 20일 전했다. 구체적인 방문일자는 공개하지 않았는데, 북한 보도 관례를 고려하면 전날 방문했을 가능성이 크다.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과 김재룡 내각총리 등이 김 위원장을 수행했다. 김 위원장이 평양종합병원 건설 현장을 찾은 것은 지난 3월 착공식 이후 처음이다. 착공식 연설에서 김 위원장은 수도에마저 온전하게 꾸려진 현대적인 의료보건시설이 없는 것을 가슴 아프게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두 번째 방문에서 “건설연합상무(태스크포스)가 아직까지 건설 예산도 바로세우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경제조직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우리 인민들을 위해 병원 건설을 발기하고 건설 작전을 구상한 의도와는 배치되게 설비, 자재 보장 사업에서 정책적으로 심히 탈선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이어 “각종 지원사업을 장려함으로 해서 인민들에게 오히려 부담을 들씌우고 있다”고 말했다. 착공식 이후 4개월이 지났는데, 건설 예산부터 설비·자재 수급까지 문제가 많다는 얘기다. 대북 제재에 코로나19 사태로 돈줄이 마르면서 병원 건설에 필요한 자재를 제때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이대로 내버려두면 우리 인민을 위한 영광스럽고 보람찬 건설 투쟁을 발기한 당의 숭고한 구상과 의도가 왜곡되고 당의 영상에 흙탕칠을 하게 될 수 있다”며 “당 중앙위원회 해당 부서들에서 평양종합병원 건설연합상무 사업정형을 전면적으로 료해(이해)해 책임 있는 일꾼들을 전부 교체하고 단단히 문제를 세우라”고 지시했다.
김 위원장은 예정대로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일인 오는 10월 10일까지 공사를 반드시 끝내기 위해 직접 건설 현장의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책임자 전원 교체를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은 병원 완공을 올해 최대 업적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며 “주민들에게 선보일 성과가 필요한데, 공사가 제대로 안 되고 있으니 현장을 찾아 질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완공일까지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책임자들을 자르는 모습을 주민들에게 대대적으로 선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