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무인텔, 청소년 출입제한 설비 갖춰야”

입력 2020-07-20 11:27

직원이 없이 운영되는 숙박업소에서 청소년이 혼숙한 경우 고의성이 없더라도 사업주의 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출입자의 나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종업원을 배치하거나 설비를 구비했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A사가 경기도 용인시를 상대로 낸 과징금부과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용인에서 무인텔을 운영하는 A사는 지난해 2월 용인시로부터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라 과징금 189만원 부과 처분을 받았다. 미성년자 남녀 3명이 혼숙하도록 장소를 제공했다는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르면 청소년보호법 위반 사실을 통보받은 공중위생업소는 영업정지나 과징금 처분 대상이 된다.

A사는 2018년 12월 관련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고의로 투숙하게 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에 A사는 고의가 없었으니 과징금 부과 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하고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남녀 청소년이 혼숙할 우려가 있는 경우 출입을 제한해야할 의무가 있는데도 별다른 제한 없이 출입하도록 방치한 이상 과실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위 처분은 위반자의 고의가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므로 청소년 출입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해도 처분은 적법하다”고 했다.

반면 2심은 A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용인시가 A사에 대해 행정처분을 하기 위해서는 청소년보호법 위반 사실이 인정돼야한다”면서 “관련 사건이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아 처분 사유의 부존재로 위법하다”고 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무인텔의 경우 나이 확인 절차 없이 바로 출입이 가능한 구조여서 청소년의 혼숙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종사자를 배치하거나 전자식별 방식 등 설비를 갖춰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고 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