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화된 소수가 침묵하는 다수를 항상 대변할 수 있을까? 1995년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시민·사회 단체를 바라보는 상당수 시민들의 시선에는 그 같은 의문부호가 뒤따랐다.
일부에 불과하지만 특정 시민단체는 ‘제5부’로서의 권력이나 혜택을 누리는 데만 몰두해 따가운 눈총을 사기도 했다.
이 같은 한계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묘안이 나왔다. NGO(비정부기구) 소속이 아닌 일반시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자치단체장이 직접 듣겠다는 것이다.
광주시가 20일 각종 정책과 시 살림에 대한 시민의견을 수렴하는 시장 직속 민간위원회를 만들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민선7기 반환점을 돌고 후반기를 시작하는 7월에 출범한 쓴소리위원회다.
광주시는 이날 시청 3층 중회의실에서 쓴소리위원회 출범식을 가졌다. 위원회는 듣기 좋은 덕담 차원의 단소리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날선 평가와 애정어린 비판을 담은 쓴소리를 듣는 여론수렴 창구다.
이날 위촉장 수여와 함께 본격 가동에 들어간 위원회 위원은 지난 6월 공모를 거쳐 성별, 세대별, 계층별, 각 분야별로 골고루 안배했다.
출산보육과 복지건강, 재난안전 등 9개 분야 29명으로 구성됐다. 일반 시민들이 대부분인 위원은 과반인 15명이 여성이다. 20~30대 청년은 31% 9명이 참여했고 장애인도 1명이 포함됐다.
쓴소리위원회는 언론, 의회, 감사, 집단민원 등을 통해 제기된 시의 주요 사안에 대해 시민 입장에서 가감 없는 의견을 제시한다.
시는 위원회 제안사항을 해당 실국에 즉각 전달해 정책과 살림에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향후 매월 1회 이상 열린다. 위원 임기는 2년이다.
이날 첫 회의에서는 위원장·부위원장을 선출하고 향후 위원회 운영 방향을 논의했다. 주제의 제약 없이 시정 전 분야에 대한 위원들의 다양한 의견도 청취했다.
하지만 광주시장 임기 후반기 쓴소리위원회 출범을 지켜보는 시민들로부터 적잖은 우려가 감지된다.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이 어느 곳보다 활발한 광주지역에서 ‘쓴소리위원회’가 옥상옥이 되거나 형식적 운영에 머물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민선 6기를 이끈 윤장현 전 시장이 당선자 시절 ‘시민 쓴소리 위원회’를 공약했다가 용두사미에 그쳤다는 점도 되새겨야 할 대목이다.
이용섭 시장은 “남은 임기동안 일반시민들의 의견을 시정에 적극 반영하기 위해 쓴소리위원회를 출범시켰다”며 “귀를 활짝 열고 엄격한 평가와 진솔한 쓴소리를 언제든 달게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