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도수술 받은 6살 아들 싸늘하게…” 암투병 아빠의 호소

입력 2020-07-20 09:43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편도 제거 수술을 받은 아들이 의료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며 의료사고 방지 법안을 만들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편도수술 의료사고로 6살 아들을 보낸 아빠의 마지막 바람입니다.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의료사고 방지 및 강력한 대응 법안을 만들어 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4일, 당시 5살이던 청원인의 아들 A군은 경남의 한 대학병원에서 편도 제거 수술을 받았다. 편도 제거 수술은 인두편도가 비대해질 경우 이를 제거하는 수술로 비교적 수술 난도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원인은 “(이틀 후 6일) 의사는 퇴원하라고 했으나 아내는 아이가 음식은 물론이고 경구약도 복용이 되지 않으니 며칠 더 입원해서 경과를 살피자고 하였지만, 의사가 ‘편도 수술하면 원래 먹지 못한다며 수액 치료는 저희 병원에서 못 해 드리니 가까운 병원에서 2, 3일 정도 수액 치료를 받으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냉소적으로 퇴원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퇴원 후에도 A군의 상태는 좋아지지 않았다. 7일 동네 병원 의사는 “너무 과하게 수술이 되었다”며 인근 종합병원에 재입원할 것을 권유했다.

재입원한 지 이틀째 되는 9일 새벽, A군은 갑자기 피를 분수처럼 쏟아내기 시작했다. A군은 곧바로 수술을 받았던 대학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러나 대학병원은 환자 이송을 거부했다. 청원인은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대학병원 측은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를 갖추고 있는 권역응급의료센터임에도 불구하고 환자 이송을 거부했다”며 “다른 병원을 찾느라 30분가량을 지체했다”고 주장했다.

A군은 결국 깨어나지 못했고 뇌사 판정 5개월만인 3월 11일 세상을 떠났다.

청원인은 수술 과정에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수술 직후 병원으로부터 출혈이 있었다는 보고를 구두로 받았으나 수술기록지엔 ‘수술 중 이상 무’로 기록되어 있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추가 재마취를 한 내용도 빠져 있었다. 청원인은 “추가 재마취를 한 사실이 최초 발급한 수술기록지에는 누락되어 있었다”며 “의사 면담 후 수술기록지를 재차 발급했을 때는 수술 시 출혈 발생 및 재마취 사실이 수정되어 기록되어 있었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이 문제를 제기한 후에야 수술기록지가 수정되었다는 것이다.

청원인은 “3년 전 급성 백혈병으로 투병 중이라 억울하게 죽은 제 아이 장례에도 가 보지 못했다”면서 “제 아들은 가고 없지만, 이 청원을 통해 진상을 제대로 밝혀 주는 것이 아버지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일 것 같다”며 진상 조사를 요구했다. 아울러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의료사고 소송 중인 의료인의 의료업 종사 금지에 대한 의료법 개정, 24시간 내 의무기록지 작성 법제화, 의료사고 수사 전담부서 설치를 요구했다.

이홍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