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보잡 실제…침묵하면 직무유기” 연일 부동산 훈수 둔 추미애

입력 2020-07-20 08:57
뉴시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부동산 관련 훈수에 ‘침묵하는 게 도리어 직무유기’라고 반박했다. 앞서 추 장관은 당·정이 수도권에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서울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일부 해제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에는 반대 입장을 밝히며 ‘금부분리’를 제안했다. 이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듣보잡 이론’이라며 비판했다.

추 장관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동산이 투전판처럼 돌아가는 경제를 보고 도박 광풍에 법무부 장관이 팔짱 끼고 있을 수 없듯 침묵한다면 도리어 직무유기”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나의 ‘금부분리 제안’을 듣고 듣보잡이라고 비판한다”며 “그런데 벌써 하룻밤 사이 듣보잡이 실제 상황이 됐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듣보잡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한 비판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추 장관이 페이스북을 통해 “박정희 개발독재 시대 이래 부패권력과 재벌이 유착해 땅장사를 하며 금융권을 끌어들인 결과 금융과 부동산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기형적 경제체제가 만들어졌다”며 “금융의 부동산 지배를 막기 위해 21세기 ‘금부분리 정책’을 제안한다”고 했다.

추 장관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야당을 비롯한 정치권에선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라는 비판이 쇄도했다. 오 전 시장은 “부동산 담보로 대출하는 걸 금지하자? 아주 시장경제 하지 말라고 하라. 참으로 희한한 듣보잡 이론”이라고 비판했으며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서울시장 나올 모양이다. 아니면 대권?”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추 장관은 재차 페이스북에 “법무부 장관도 국무위원으로 국가 주요 정책에 대한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추 장관은 또 “금부 분리는 당연히 경제학에서 통용되는 용어는 아니다. 그렇다고 뜬금없는 것도 아니다”라고 반박하며 부력의 원리를 꺼냈다.

“욕조 물에 소금을 넣고 아기 몸을 담그려고 한다. 아기 몸은 진한 소금물에 담기지 못하고 뜰 뿐인데 소금을 자꾸 집어넣는다. 그럴수록 아기 몸이 위로 솟구칠 것”이라고 한 추 장관은 “아기 목욕시키기 실패는 아기 탓이 아니라 소금 탓”이라고 부연했다.

“금융과 부동산을 분리하자는 이유는 은행이 돈을 푸는 과정에서 신용의 대부분이 생산활동에 들어가지 못하고 토지자산을 구매하는 데 이용되며 상업용부동산 담보대출과 가계의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돈이 풀리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불로소득이 시장을 흔들고 경기변동을 유발하는데도 경제진단과 정책에서 간과되기 때문”이라고 한 추 장관은 “은행이 땅에서 손을 떼야지만 주거 생태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며 (은행이) 완전히 손 떼게 할 수 없다면 완화하는 방법이라도 찾아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에도 비판이 계속되자 금부분리 제안을 재차 강조하며 강남의 한 사모펀드를 한 예로 들었다. 추 장관은 사모펀드가 서울 강남에 있는 아파트 단지 한 통을 통째로 매입했다는 언론보도를 공유한 뒤 “강남 한복판에서 금융과 부동산의 로맨스가 일어나고야 말았다. 다주택규제를 피하고 임대수익뿐만 아니라 매각차익을 노리고 펀드가입자들끼리 나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