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검사장·채널A 전 기자 공모 의혹 보도한 KBS, 결국 사과

입력 2020-07-20 07:16

‘검·언 유착’ 의혹 피의자로 검찰 수사를 받는 한동훈(47)이 이모 전 채널A 기자와 공모했다는 의혹을 보도한 KBS 기자를 검찰에 고소했다. 이에 KBS는 “확인되지 않는 사실이 단정적으로 표현된 점 사과드린다”며 사실상 오보를 시인했다.

KBS는 지난 18일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이 4월 총선을 앞두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고 공모했다는 정황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KBS는 이 전 기자가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힘이 실린다며 유 이사장 취재 필요성을 언급했고 한 검사장은 돕겠다며 독려했다고 전했다.

이후 이 전 기자 변호인 측은 다음날 입장문을 통해 반박했다. 입장문엔 “오히려 이 전 기자의 유시민 관련 반복 질문에 한 검사장이 ‘유시민이 어디서 뭘 했는지 전혀 모른다. 관심 없다. 다수의 서민을 상대로 한 금융범죄를 신속한 수사를 통해 정확히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명인을 강연회에 동원하는 것은 전형적인 주가조작사범들의 서민 기망 수법’이라고 언급한 것에 불과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변호인 측은 이어 ‘총선’ ‘야당’ ‘독려’ 같은 대화 내용은 전혀 없었다고 부인했다. 이날 오후 이 전 기자 측이 갖고 있던 녹취록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한 검사장이 “유시민씨가 어디서 뭘 했는지 나는 전혀 모른다. 관심 없다. 그 사람 밑천 드러난 지 오래됐다”고 말했다.

이 전 기자가 “제가 사실 교도소에 편지도 썼다”고 하자 한 검사장은 “그런 거 하다가 한 건 걸리면 되지”라고 말했다. 이 전 기자의 변호인은 “전체 20여분 대화 중 한 검사장의 ‘한 건 걸리면 되겠다’는 말 한마디로 공모관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 기자에게 ‘잘해보라’는 덕담이지 불법 교사로 보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같은 날 한 검사장의 변호인도 KBS 보도는 허구이자 창작이라고 반박한 뒤 서울남부지검에 해당 내용을 보도한 이모 KBS기자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결국 KBS는 “다양한 취재원들을 상대로 한 취재를 종합해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지만 기사 일부에서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단정적으로 표현된 점 사과드린다”며 이 전 기자 측이 공개한 녹취록을 소개했다. 반론 형식을 담고 있지만 부정확한 보도 내용이 있었다고 시인한 셈이다.

KBS는 ​“정파적 이해관계에 좌우돼 ​사실과 다른 내용을 보도하거나, ​인과관계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취재진의 공통된 믿음”이라며 “취재 과정에서, 또 보도 내용 가운데, 불가피한 실수가 발견될 경우, 시청자 여러분께 가감없이 공개하고 양해를 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