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으로 구속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지난 2월 한동훈 검사장과 만난 자리에서의 대화 내용을 19일 공개했다. 이씨와 한 검사장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연루 의혹을 제기하려고 공모한 정황이 확인됐다는 전날 KBS 보도에 대한 반박 성격이다.
해당 녹취록 내용은 이씨와 한 검사장이 지난 2월 부산고검에서 만나 나눈 대화 내용이다. 둘의 공모를 규명하기 위한 증거로 꼽힌다. 하지만 이씨와 한 검사장 측은 해당 자리에서 신라젠 취재와 관련해 공모한 사실이 없고 총선과 관련한 대화를 한 적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검사장은 “유시민은 관심 없다”고 말했을 뿐이고 오히려 결백을 입증하는 자료라는 것이다.
이씨 측은 구속영장 범죄사실에서 한 검사장이 언급된 부분은 이씨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 대표에게 편지를 썼다고 하자 한 검사장이 “그런 거 하다가 한 건 걸리면 되지”라고 말한 부분이 유일하다고 주장한다. 이씨 측은 전체 20여분 대화 중 한 검사장의 ‘한 건 걸리면 되지’ 말 한마디를 한 것으로 공모관계가 설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취재 중인 기자에게 ‘열심히 해보라’고 한 것은 일반적인 격려일 뿐이지 불법을 공모한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변호인 측은 한 검사장이 공범이라면 편지를 썼다는 말에 관심을 보이며 내용이 무엇인지 언제 발송하는지를 세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검사장 측 변호인은 의혹을 보도한 KBS 기자 등을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이씨 측 변호인은 “KBS 보도에는 이씨가 정치적 목적으로 검찰권을 동원한 것처럼 호도돼 있으나 공익적 목적의 취재 욕심을 부린 것 뿐”이라며 “내일 오전까지 기사를 정정한다면 법적 조치는 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씨 측 변호인이 공개한 대화 내용은 아래와 같다. 민감할 수 있는 개인정보 등은 일부 삭제했다.
<2월 13일 신라젠 관련 대화내용>
▷ 이동재: 저희 그렇습니다. 요즘에 뭐 신라젠 이런 것 알아보고는 있는데 이게 한 번 수사가 됐던 거잖아요. 라임도 그렇고.
■ 한동훈: 그렇지만 의지의 문제지
▷ 이동재: 잘 하실까요?
■ 한동훈: 열심히 하겠지요. 총장 계속 물론 저쪽에서 방해하려 하겠지만 인력을 많이 투입하려고 할 거고
▷ 이동재: 신라젠에 여태까지 수사했던 것에 플러스 이번에 어떤 부분을 더?
■ 한동훈: 여태까지 수사했던 것에서 제대로 아직 결론은 안 나왔죠?
▷ 이동재: 예예
■ 한동훈: 전체적으로 봐서 이 수사가 어느 정도 저거는 뭐냐면 사람들에게 피해를 다중으로 준 거야. 그런 사안 같은 경우는 빨리 정확하게 수사를 해서 피해 확산을 막을 필요도 있는 거고. 그리고 거기에 대해서 센 사람 몇 명이 피해를 입은 것하고 같은 사안에 대해서 1만명이 백억을 털린 것하고 1만명이 백억을 털린 것이 훨씬 더 큰 사안이야. 그럼 그거에 대해서는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적어도 사회가 요즘 사람들, 여기 사람들 하는 것 보면 별로 그런 거 안 하는 것 같아. 그게 무너진다고. 뭐냐면 뭔가 걸리거나 그랬을 때 사회가 모든 게 다 완벽하고 공정할 순 없어. 그런데 중요한 건 뭐냐면 국민들이 볼 때 공정한 척이라도 하고 공정해 보이게 라도 해야 돼. 그 뜻이 뭐냐? 일단 걸리면 가야 된다는 말이야. 그리고 그게 뭐 여러 가지 야로가 있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걸렸을 때 아니 그럴 수도 있지 성내는 식으로 나오면 안 되거든. 그렇게 되면 이게 정글의 법칙으로 가요. 그냥 힘의 크기에 따라서 내가 받을 위험성이 아주 현격하게 그것도 게다가 실제 그런 면이 있지만 그게 공개적으로 공식화되면 안 되는 거거든. 뇌물을 받았으면 일단 걸리면 속으로든 안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미안하다 하거나 안 그러면 잠깐 빠져야돼.
▷ 이동재: 네
(본건과 무관한 대화 내용 중략)
▷ 이동재: 그런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법무부도 그렇고 기자도 생각하는 게 신라젠도 서민 다중 피해도 중요하지만 결국 유시민 꼴 보기 싫으니까. 많은 기자들도 유시민 언제 저기 될까 그 생각 많이 하는 것 같아요
■ 한동훈: 유시민씨가 어디에서 뭘 했는지 나는 전혀 모르니. 그런 정치인이라든가 그 사람 정치인도 아닌데 뭐.
▷ 이동재: 결국에는 강연 같은 것 한 번 할 때 XX만 원씩 주고 했을 것 아니예요. 그런 것들을 한 번. 아 옛날에 한 번 보니까 웃긴 게 채널A가 그런 영상이. 협찬 영상이 VIK를.
■ 한동훈: 진짜 그렇게 많이 하면 그게 거기 있는 사람에게 강연하고 지식을 전달하는 문제가 아니라 그런 사람들이 와서 강연했다는 것을 밖에 홍보하는 것에 있어서 주가조작 차원이잖아 그것도.
▷ 이동재: 옛날에 VIK영상보니까 XXX에 XXX에 XX 쪽 그 아저씨랑 몇 분 계시더라고요 여기까지 가겠나 싶겠지만 아무튼 유시민은 좀.
■ 한동훈: 하여튼 금융 범죄를 정확하게 규명하는 게 중요해, 그게 우선이야
(본건과 무관한 대화 내용 중략)
▷ 이동재: 일단은 신라젠을 수사를 해도 서민 이런 거 위주로 가고 유명인은 나오지 않겠습니까.
■ 한동훈: 유명인은
▷ 이동재: 유시민은 한 월말쯤에 어디 출국하겠죠. 이렇게 연구하겠다면서
■ 한동훈: 관심없어. 그 사람 밑천 드러난 지 오래됐잖아. 그 1년 전 이맘 때 쯤과 지금의 유시민의 위상과 말의 무게를 비교해 봐.
<2월 13일 이동재 취재 언급 관련>
▷ 이동재: 이철, A○○, B○○, 제가 사실 교도소에 편지도 썼거든요. 당신 어차피 쟤네들이 너 다 버릴 것이고,
■ 한동훈: 그런 거 하다가 한 건 걸리면 되지
▷ 이동재: 14.5년이면 출소하면 팔순이다.
▷ XXX: 가족부터 찾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집을 보니까 양주, 의정부 이쪽에다가 막 10개 씩 사고 이랬는데 지금 다 팔고 다른 데로 갔더라구요. 아 와이프만 걸려도 될 텐데
■ 한동훈: 어디 계신 거에요 지금은? 어디 진치고 있어야 될 것 아니야.
▷ 이동재: 일단 구치소로는 편지를...
■ 한동훈: 아니 지금 말이야. 지금 여기.
▷ 이동재: 아 지역이요? 저 방금 도착해서 방금 왔으니깐. 뭐 근처 까페나 어디 있겠죠.
■ 한동훈: 내가 이제 좀 가야해서
▷ 이동재: 아무튼 있다가 2시에 다시 뵙고
■ 한동훈: 그냥 뭐 악수하는 거 사진 찍으러 온 거 아니야?
▷ XXX: 네 맞습니다.
▷ 이동재: XXX 통해서 3월에 한번 연락드릴께요
▷ XXX: 그 때 찾아 뵐게요
-대화 종료-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