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반(反)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개헌 국민투표를 통해 장기집권을 합법화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야권 손보기’에 나섰다는 의혹 때문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하바롭스크 주에서 수만명의 시민들이 세르게이 프루갈 주지사의 석방을 요구하며 8일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업인 출신의 야권 인사인 푸르갈 주지사는 2004년부터 2년간 하바롭스크 주 등에서 발생한 범죄조직의 기업인 살해와 살해미수 혐의를 받고 있다. 푸르갈 주지사는 2018년 9월 지방 선거에서 극우 민족주의 성향의 야당인 자유민주당 소속으로 하바롭스크 주지사에 선출됐다.
중대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연방 수사위원회와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은 지난 9일 아침 출근 중이던 푸르갈 주지사를 하바롭스크의 자택 인근에서 전격 체포했다. 푸르갈 주지사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푸르갈 주지사의 구속이 개헌을 성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의 ‘야권 손보기’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WSJ는 “시민들의 지지를 얻고 있는 푸르갈의 구속이 푸틴 대통령에 대한 반감, 하바롭스크의 실직 및 빈곤층 증가 등의 사회적 이슈와 맞물렸다”면서 “많은 주민들은 자신들이 중앙 정부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며, 그들의 고통에 정부가 귀기울이고 있지 않다고 여긴다”고 분석했다.
인구 130만명이 사는 하바롭스크에서 코로나19 확진자는 6000여명을 기록하고 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이 지역의 평균 소득은 모스크바 시민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또 지역 인구의 12.2%는 빈곤선 이하에 있다.
하바롭스크의 정치 컨설턴트 다닐 에르밀로프는 “최근 수년간 지역 주민 대부분의 삶은 악화됐다”고 말했다. IT기업에 다니는 시민 미카일 포타펜코프(27)는 “푸틴에 대한 내 생각은 아주 부정적”이라면서 “그는 법을 바꿔 권력을 잡았고, 그것 때문에 이 나라는 발전할 수 없다. 권력이 끊임없이 변화하지 않으면 발전은 없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극동연방 관구 대통령 전권대표를 겸임하는 유리 트루트녜프 러시아 부총리는 전날 현재 공석인 하바롭스크 주지사 대행을 곧 임명할 수 있다고 현지 언론에 입장을 밝혔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