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 2억~3억씩 높여 부르기도” 내곡·세곡동 벌써 술렁

입력 2020-07-19 17:36
서울 부동산 가격 그래픽. 국민일보DB

서울 내 주택 공급의 일환으로 최근 ‘그린벨트 해제’ 논의가 정치권에서 설왕설래 하는 가운데 그린벨트 해제가 유력시되는 지역 일대에서는 투자자들과 주민들의 기대심리가 나타나고 있다. 그린벨트 해제 시 개발효과로 인한 집값, 임대료 상승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그린벨트 해제가 거론되는 서울 서초구 내곡동 예비군훈련장 인근의 한 부동산에는 지난 주 평일임에도 투자자의 방문이 잇따랐다.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19일 “지난주부터 최근 며칠 사이 ‘그린벨트가 해제된다면 어느 지역이 풀리겠냐’는 문의가 하루에 2~3건 이상 오고 있다”며 “그린벨트 해제 지역으로 여기가 유력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는 편”이라고 전했다.

그린벨트 토지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기존 소유자들의 기대감도 감지됐다. 내곡동 소재 공인중개사 김모씨는 “그린벨트 인근 땅 소유자들 중 70% 정도는 계약하기로 했다가 가격이 더 오르기를 기다려보려는 생각으로 계약 직전 돌연 취소하고, 30%는 2~3억 가까이 호가를 올리고 있다”며 “땅 주인들이 가격이 더 오를 때까지 안 팔고 갖고 있으려는 편”이라고 소개했다.

그린벨트 해제 유력 지역으로 거론되는 서울 강남구 세곡동 일대에도 투자자들의 기대심리가 모이고 있었다. 세곡동 소재 공인중개사 김모씨는 “아직 그린벨트 토지가 계약까지 이어진 건은 없지만, 그린벨트 해제 기대 심리가 느껴진다”면서 “기존 그린벨트 지역에 주택과 인프라가 더 공급되고 지역이 발전할 것을 고려해 매수 문의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인근 부동산들은 최근 그린벨트 해제가 당정에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투자심리가 들썩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내곡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집값에는 아직 크게 변화가 보이지 않으나, 최근 며칠 사이 ‘그린벨트 땅 매수 가능한지, 그린벨트 해제 전망 지역은 어디인지’ 묻는 사람이 몇 명 왔다”고 말했다.

그린벨트 해제로 인한 기대심리 한편에 지대가 상승할 것에 대한 우려도 나타났다. 내곡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그린벨트 지역이 개발되면 집 있고 땅 가진 사람들이나 좋지 않겠냐”며 “인근 땅에서 농사를 짓거나 농원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자리를 빼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에 회의적인 목소리도 있었다. 또 다른 그린벨트 해제지로 거론되는 서울 서초구 우면동의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예전부터 그린벨트 해제 논의가 여러 번 있었지만 다 무산되지 않았냐”며 “주민들도 기대감을 많이 잃었다”고 전했다.

온라인에서도 그린벨트 해제 효과에 대한 전망이 오가고 있다. 한 부동산 관련 카페에는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주택 공급을 늘려도 강남 상급지의 부동산 가격은 영향 없이 계속 오를 것” “교통·인프라가 발달하면서 단기적으로 집값이 상승할 것” “기존 재개발이나 재건축은 외면 당할 듯” 등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