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대화는 ‘검·언 유착’ 스모킹건?… 한동훈 “완전 창작”

입력 2020-07-19 17:09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을 받는 채널A 이동재 전 기자를 지난 17일 구속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는 한동훈 검사장과의 공모관계 규명에 주력할 계획이다. 관건은 공모를 밝힐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 있느냐다. 한 검사장과 이씨는 19일 검찰이 확보한 녹취록이 ‘스모킹건’이고 공모 정황이 담겼다는 전날 KBS 보도에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강력 반발했다.

해당 녹취록은 이씨가 부산고검에서 한 검사장과 만나 나눈 대화 내용이다. 구체적 내용은 자리에 있었던 이씨와 후배 기자 백모씨, 한 검사장 및 녹취록을 확보한 검찰 정도만 알고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녹취록에 “(당사자들에게) 유리한 내용도 불리한 내용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KBS는 이씨가 “야당이 승리하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힘이 실린다” “유시민 이사장은 정계 은퇴해 수사해도 부담이 크지 않다”는 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또 한 검사장이 “돕겠다”는 발언을 했고, 총선을 앞두고 보도 시점 얘기도 오갔다고 전했다.

이씨와 한 검사장은 입장문을 통해 “보도 내용은 사실과 완전히 다른 창작”이라고 반발했다. 서울중앙지검도 “(보도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이씨는 당시 한 검사장에게 유 이사장 관련 질문을 했다고 한다. 유 이사장은 2014년 신라젠 대주주였던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 대표의 회사에서 강연을 했다. 하지만 한 검사장은 “유시민에 관심이 없다. 유명인을 동원하는 건 주가조작사범들의 수법”이라고만 말했다는 게 이씨 설명이다. 전체 녹취록에는 ‘총선’ ‘야당’이라는 단어도 전혀 등장하지 않았고, “(취재를) 돕겠다” 등의 대화도 없었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 측 변호인도 “당사자 확인도 없이 누구로부터 듣고 허위보도를 했는지 밝혀야 한다”며 “보도를 악의적으로 유포한 사람들도 법적조치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한 검사장과 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이르면 이번 주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결국 부산고검 녹취록의 구체적인 내용은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의 결정적인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검찰 안팎에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휘하 수사팀이 한 검사장을 겨냥하고 수사를 진행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이씨는 구속됐지만 공모 관계 입증은 별개 문제라는 분석도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씨는 이 전 대표에게 직접 한 말들이 있지만 한 검사장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씨 구속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강요죄로 구속된 사례는 올해 1~5월 1명에 불과했는데 이것도 성폭행 미수 혐의와 병합된 경우였다.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취재원과 나눈 대화를 문제 삼고 구속한 것 자체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서울 지역의 한 검찰 간부는 “이렇게 따지면 취재원에게 반복해서 전화를 걸거나 집 앞에 찾아가 기다리는 것도 다 처벌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씨와 한 검사장의 공모관계가 명백히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원이 구속 사유로 ‘검찰과 언론의 신뢰 회복’을 거론한 것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이씨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한 검사장과의 공모관계를 명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 측은 “수사에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전제로 영장이 발부됐다”며 반발했다.

나성원 구승은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