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슨·노키아·삼성, 화웨이 퇴출된 英 시장서 승자는

입력 2020-07-20 00:10 수정 2020-07-20 00:10


영국이 중국 화웨이의 5G 통신장비 퇴출을 결정하면서 발생할 공백을 삼성전자가 메울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삼성전자와 에릭슨·노키아 등 경쟁업체는 영국을 발판삼아 유럽시장에 진출하거나 점유율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는 만큼 화웨이의 빈자리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영국 정부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자국 통신업체에 2027년까지 화웨이의 네트워크 장비를 제거할 것을 지시했다. 미국이 화웨이 통신 장비로 인한 보안 유출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국가와 기업의 중요 정보가 중국으로 빠져나가게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5G가 이동통신망으로 기능은 물론 산업 전반에서 핵심 네트워크로 활용될 것으로 보이면서 국가 인프라 차원의 보안과 직결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번 조치로 오는 12월 31일부터 영국 사업자들은 화웨이로부터 5G 부품을 구매할 수 없게 된다.

영국은 그동안 화웨이 장비 배제로 약 20억 파운드(약 3조원)가량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어 결정을 미뤄왔다. 그러나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으로 화웨이의 반도체 위탁 생산이 막히면서 영국에도 장비·부품 공급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미국과 같은 편에 서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영국에서 화웨이가 퇴출되면서 대신 5G망 구축에 나설 업체로는 에릭슨, 노키아, 삼성전자 등이 꼽히고 있다. 다만 에릭슨과 노키아가 이미 영국 통신사에 통신장비를 공급하고 있는 만큼 경쟁에 한발 앞서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시장조사기관 델오로가 발표한 올해 1분기 5G 통신장비 시장점유율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화웨이(35.7%), 에릭슨(24.6%), 노키아(15.8%)에 이어 13.2%로 4위로 집계됐다.

경쟁업체들은 영국의 이번 조치로 5G 투자 결정을 가로막던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며 반기고 있다. 영국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는 에릭슨과 노키아 측은 “모든 화웨이 장비를 고객들에게 지장을 주지 않고 교체할 수 있는 기술과 능력,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알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5G 기술력을 유럽시장에 확산할 기회로 보고 있다. 김우준 삼성전자 부사장은 지난 9일 영국 하원 위원회에 참석해 5G 장비를 제공할 수 있는지 물음에 “분명히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통신망 장비 공급과 관련해 유럽 사업자들과 활발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영연방 국가인 뉴질랜드의 최대 이동통신사업자 스파크와 5G 장비 공급계약을 맺은 경험도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영국의 화웨이 배제 결정에 대해 “우리는 영국이 화웨이를 미래의 5G 통신망에서 금지하고, 신뢰할 수 없는 화웨이 장비를 기존 통신망에서 단계적으로 중단할 계획이라는 소식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업계는 영국 시장의 매출 규모보다도 유럽에서 5G 선도국으로서 가지는 의미와 역할이 남다르다고 보고 있다. 영국 시장에서 인정받을 경우 타 유럽국가 진출도 용이해진다는 의미다. 영국의 이번 결정에 따라 다른 유럽 국가들도 5G 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시킬 가능성도 커졌다. 이탈리아는 이미 최대 통신사를 중심으로 화웨이 장비를 구매하지 않기로 했고, 프랑스도 전면 배제까지는 아니지만 가급적 도입을 자제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미국도 꾸준히 유럽 우방국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설득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중국은 영국의 화웨이 퇴출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나서 “필요한 모든 수단으로 중국 기업의 권리를 지키겠다”며 보복을 시사하기도 했다. 화웨이는 이번 결정이 영국의 디지털화를 지연시키고, 정보격차를 심화시킨다며 재고를 촉구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