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8일 긴급사태 선언 종료 후 최다인 662명으로 집계된 상황에서 집권 자민당을 중심으로 이 같은 악재를 개헌의 동력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는 19일 시모무라 하쿠분 자민당 선거대책위원장이 회장을 맡고 있는 ‘새로운 국가 비전을 생각하는 의원연맹(의원연명)’이 조만간 전염병 창궐시 정부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헌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150여명의 의원이 가입돼 있는 의원연맹은 이르면 8월 말 총회를 열어 새 개헌안 제언 방침을 확정하고 이를 아베 신조 총리와 호소다 히로유키 자민당 개헌추진본부장에게 제출할 예정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새 개헌안은 코로나19 같은 전염병이 확산되는 경우도 긴급사태에 포함해 국회의 통상적 입법 절차 없이 내각이 직접 법적 구속력을 가진 긴급정령을 제정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자민당은 이미 지난 2018년 대규모 재해가 발생하거나 유사시 정부의 권한을 일시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의 개헌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당시 개헌안에 따르면 전염병 확산 사례의 경우 긴급사태에 해당하는지 모호하기 때문에 적용 대상을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의원연맹 측 입장이다. 결국 새 개헌안대로라면 긴급사태 발령 가능 범위가 늘어나 정부 권한이 한층 강화되는 셈이다.
특히 새 개헌안에는 코로나19 등의 긴급사태로 국회의원 선거를 하기 어려울 경우 현직 중의원·참의원의 임기를 연장하는 특례 조항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헌법은 중의원 임기를 4년, 참의원 임기를 6년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현직 중의원들의 임기는 2021년 10월에 종료된다. 의원연맹은 코로나19가 폭발적으로 확산돼 선거를 치르지 못하고 중의원들의 임기가 만료될 경우 임기 연장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을 낼 것으로 보인다.
닛케이는 “새 개헌안 제언의 시점은 2021년 9월까지인 아베 총리의 3번째 임기까지 고려한 산물”이라며 “임기 중 개헌을 목표로 하는 아베 총리를 배려해 올해 가을 임시국회에서 개헌 논의를 진전시키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다만 미숙한 코로나19 대응으로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집권당의 개헌 드라이브가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다시 600명을 넘어서는 등 전염병 재유행 경향이 뚜렷해진 것도 악재다. 하루 확진자가 700명을 넘었던 지난 4월 11일 이후 3개월여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본 언론들은 “최근 일주일 사이 수도 도쿄도의 확진자는 1502명 증가했다”며 “긴급사태가 발령돼 있던 기간보다 더 빠른 속도로 확진자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아베 정권은 코로나19 재유행 악재 속에서도 ‘고 투 트래블(Go To Travel)’ 여행 장려 정책을 펼쳐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확진자가 많은 도쿄를 제외하고 오는 22일부터 국내 여행 비용의 일부를 보존해주겠다는 내용이다.
마이니치신문의 전날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9%는 도쿄 이외 지역에서도 고 투 트래블 정책을 보류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소셜미디어 등을 중심으로 ‘고 투 트러블(Go To Trouble)’이라는 조롱도 나온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