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털’ 박힌 인천공항…이번엔 ‘불사조 로고’ 시안 뭇매

입력 2020-07-19 16:36 수정 2020-07-19 16:39
현재 인천공항 로고(왼쪽)와 새 로고라고 잘못 알려진 시안(오른쪽)

‘인국공 사태’ 후폭풍을 겪고 있는 인천공항이 이번엔 과거 추진했던 로고 시안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불사조를 형상화한 로고인데, 중국 항공사 로고나 박근혜정권의 미르 법인 로고와 상당히 비슷해 세금을 낭비했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인천공항이 ‘해당 로고는 이미 폐기됐다’고 해명했지만, 코로나19 타격에 이어 최근 각종 논란을 연속해서 겪자 수습에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19일 해명자료를 내고 “최근 인천공항의 새 로고라고 논란이 되고 있는 시안은 새 로고 후보 중 하나였지만 최종 탈락했다”라며 “다수의 전문가 의견에 따라 폐기된 시안이 마치 정식 채택된 것처럼 왜곡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인천공항은 내년 개항 20주년을 대비해 지난해 10월부터 용역비 8000만원을 들여 새로운 로고 시안을 검토하고 있었다.

박근혜정부의 미르 재단 로고와 중국 항공사 에어차이나 로고.

논란은 지난 16일 인천공항이 곧 발표 예정이라는 새 로고 시안이 온라인 등에서 올라오면서 시작됐다. 해당 로고는 파란색 둥근 원 안에 새 모양이 새겨진 형태로, 지구와 한반도, 불사조를 나타낸다. 반대 목소리가 인천공항 사내망에서부터 시작해 온라인 커뮤니티 다수에까지 확산됐다 “에어차이나(중국 항공사) 로고 같다” “치킨집 로고 같다”는 등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단순 호불호 문제에 그치는가 했던 로고 논란은 구본환 인천공항 사장의 비위 의혹까지 번졌다. 해당 로고를 만든 디자이너가 구 사장과 친구 관계라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구본환 사장의 질주를 막아달라’는 내용의 국민 청원 게시글이 올라왔다. 일각에선 새 로고가 과거 박근혜정권이 자금을 유용하기 위해 설립한 미르 재단의 로고와 비슷하다고 주장하며 관련성을 의심하기도 했다.

지난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인천공항공사 로고 변경 반대 청원.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디자인 전문가 정치인까지 나서서 ‘세금 낭비’라며 로고를 비판했다. 손혜원 전 열린민주당 의원은 지난 18일 자신의 SNS에서 “공개된 로고는 좌측 방향성으로 인해 활용이 불편해 조형적으로 문제가 많다”며 “목이 굵고 살찐 저 새가 불사조라니 아무도 본 적 없는 새를 저렇게 구체적으로 그리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발 디자인으로 국민 눈 가리고 장난치지 말라”며 “저따위 디자인으로 나랏돈을 쓰며 디자이너들 자존심까지 건드리지 말라. 후배들 보기 창피해 죽겠다”고 덧붙였다.

인천공항은 보안검색원 정규직 전환의 후폭풍이 해소되지 않은 와중에 예상치 못한 논란이 갈수록 불어나자 당황해하고 있다. 현재 인천공항은 그야말로 안팎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천공항 소방대, 보안검색원들은 직접고용 발표 이후에도 ‘경쟁채용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탈락자를 구제하라’며 공사를 압박하고 있다. 최근 청와대 앞에서 몇 차례 기자회견을 열고 공사를 규탄했다. 바깥에선 코로나19 타격이 이어지고 있다. 인천공항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 16일까지 인천공항 이용객은 약 1089만명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3867만명)과 비교하면 약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공항 관계자는 “디자이너는 관련 학회와 단체 등에서 추천받은 인사”라며 “사장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폐기된 로고가 이렇게까지 이슈가 될지 몰랐다”며 “인국공 사태로 인천공항을 주목하는 눈이 많은 상황이어서 논란이 커지는 듯하다”고 토로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