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다들 자주 만나고 살아서 감염이 시작되면 전파 범위가….”
딸을 만나러 제주에 왔던 ‘광진구 확진자’가 현재까지 4명의 2차 감염자를 내면서 확진자가 머물렀던 인구 2만의 제주지역 작은 마을이 나흘째 초비상 상태다.
그동안 제주에서는 외부 입도객들의 개별 양성 확진이 대부분이었던 탓에 특정지역에서 한꺼번에 다수의 확진자가 발생한 이번 사태를 두고 도민들이 느끼는 공포와 우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발생 후 정점을 찍고 있다.
제주도교육청은 지난 17일 제주시 한림읍 관내 모든 학교에 등교 중지 명령을 내렸다. 광진구 확진자가 제주를 다녀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16일 밤 교육감 주재 긴급 회의를 열어 원격 수업 전환을 결정했다. 원격 수업은 당초 17일 당일에서 오는 24일까지로 연장됐다. 원격 수업 기간동안 돌봄과 방과후 학교 운영도 중단키로 했다. 또, 한림읍에 거주하며 타 지역 학교를 통학하는 학생과 교직원에 대해서도 등교 중지와 재택 근무를 지침을 내렸다.
광진구 확진자 소식이 전해지자 한림체육관 운동장에는 임시 선별진료소가 급히 차려졌다. 주민 수백명이 진단 검사를 받기 위해 몰려들었다. 제주도가 동선 접촉자는 물론 감염 불안을 호소하는 모든 주민들에 대해 검사를 지원하면서 첫 날인 16일부터 19일 낮 12시까지 한림읍 주민 1388명이 검사를 받았다.
19일 열릴 예정이던 제주시 한림민속오일시장은 1965년 개장 후 55년만에 처음으로 임시 휴장에 들어갔다. 광진구 확진자가 주로 머물렀던 가게 인근의 한림매일시장과 한림항 주변 부둣가에는 인적이 뚝 끊겼다.
주민들을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작은 동네에서 적은 수의 주민들이 활발히 교류하며 살아가는 소읍의 특성상 지역 내 감염 경로에 주민들이 노출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한 주민은 “다들 자주 만나며 살고,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찾는 가게도 다양하지 않아 전파 범위가 넓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 광진구 확진자는 지난 9~14일 제주를 방문한 뒤 16일 서울 광진구보건소로부터 확진 판정을 받았다. 입도 이틀째인 11일부터 발열 기침 등의 유증상이 발현됐고, 13일에는 딸이 사다준 해열제를 먹기도 했다. 제주에 머무는 내내 제주시 한림읍 해빈사우나와 정다운사랑방 찻집을 매일 찾았고, 출도 전날인 13일에만 한림읍 흑돈본가를 추가 방문했다. 지금까지 드러난 동선에서 확진자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현재까지 광진구 확진자와 밀접 접촉했던 4명이 지난 17일 차례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2명은 70대 확진자의 가족이고 1명은 해빈사우나 직원, 나머지 1명은 찻집 직원이다.
광진구 확진자를 포함해 이후 확진 판정을 받은 도내 21~24번째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은 현재까지 100명이 넘는다.
제주도는 한림읍에 현장 대응반을 투입해 집중 방역관리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또 도내 6개 모든 보건소의 보건인력을 총동원해 한림지역 코로나19 검사를 지원하고 있다.
제주 관광업계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조심스레 성수기 기대감 커지던 시기에 다시 제주에 코로나 그늘이 드러워졌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광진구 확진자의 제주 방문 사실이 전해진 지난 16일은 제주를 찾은 내국인 입도객 수가 전년 대비 99.8%(3만4419명)를 기록하며 어느 때보다 올여름 제주 관광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었다.
한림읍에서 독채 펜션을 운영하는 고모(46)씨는 “제주의 코로나 소식이 뉴스를 장식할 때마다 예약이 취소된다”며 “외부 손님을 받아 생계를 유지하는 우리로서는 감염만큼 손님이 끊기는 게 두렵다”고 전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