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깜깜이’ 대학입시…대학·수험생 비접촉

입력 2020-07-19 13:38 수정 2020-07-19 17:03

‘언택트 대학입시’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올 들어 수개월째 비접촉 중인 대학과 수험생 양쪽 모두 ‘깜깜이’ 입시를 치러야 하는 새로운 대학가 풍속도다.

19일 대학가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으로 2021학년도 대학 입시 설명회가 잇따라 취소사태를 빚고 있다. 온라인 설명회로 대체하거나 사전예약제를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한 채 인원을 최소화한 일부 ‘오프라인’ 입시 설명회가 간헐적으로 치러지는 정도다.

전남대는 지난 10일과 11일 계획한 ‘진로진학 체험박람회’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전국 각지의 고교생들을 초청해 해마다 진로진학 상담을 하던 이 행사는 지난해까지 1만여 명 이상의 학생과 학부모들이 찾던 대규모 행사다.

본격 대학입시를 앞두고 광주·전남지역뿐 아니라 전국에서 온 고3학생들은 학과별로 마련된 전남대 행사장 부스에서 입시에 필요한 정보를 얻고 진학상담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행사가 무산돼 고3학생들이 사전 입시정보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됐다.

전남대뿐 아니다. 국립대를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7~8월에만 전국 규모의 대형 입시박람회 20여건이 취소되거나 연기돼 수시입시를 앞둔 고3생과 학부모들은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은 다음달 12~13로 예정한 입시설명회를 갖지 않기로 결정했다. 광주지역에서 7월 들어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은 데 따른 후속조치다.

각 고교를 방문해 진행하던 대학 측의 입시설명회도 된서리를 맞고 있다. 수험생을 대상으로 ‘입시정보’ 제공과 함께 사실상 신입생 모집의 기회로 활용하던 지역대학들의 입시설명회는 교수진 등의 고교 방문 기회가 봉쇄되면서 비대면 온라인으로 방식을 전환할 수 밖에 없게 됐다.

대교협이 오는 7월 말 서울 코엑스에서 치르려는 입학정보박람회 역시 아직 취소되지는 않았으나 대폭 규모 축소가 불가피하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 17일부터 ‘고교 1,2학년 대상 온라인 대입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하지만 유튜브를 활용한 비대면 온라인 방식이다. 코로나 19 확산방지를 위한 온라인 설명회는 올 들어 개학 연기와 원격수업으로 입시정보에 목말라하는 고교 재학생들을 돕기 위한 차원에서 마련됐다.

대구시교육청은 앞서 지난달 26일에는 지역 입시전문가와 수도권 대입전문가를 초빙한 가운데 ‘6월 모의평가 결과 분석과 대입 수시전형의 이해와 대비’라는 주제의 고3대상 온라인 설명회를 가졌다.

부산 동구는 지난 16일 대강당에서 대학 입시 설명회를 개최했다. 구는 코로나19 감염예방을 위해 참석 인원을 50여명으로 최소화하고 현장에 오지 못한 학부모와 수험생을 위해 온라인 설명회를 곁들였다. 이른바 ‘온·오프라인 병행’ 입시설명회다ㅏ.

설명회에 참석한 한 학부모는 “현장에서 입시설명회를 듣는 게 대학입시에 응하는 것 만큼 어려워졌다”며 “코로나19시대의 달라진 대학입시를 실감했다”고 씁쓸해했다.

대학들도 자구책을 수립하는 데 분주하다. 각 대학들은 불가피하게 온라인 방식의 입시 설명회를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으나 수험생들의 입시 정보 갈증 해소에는 역부족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이로 인해 온라인뿐 아니라 화상전화와 인쇄물, SNS를 통해 입시정보를 제공하는 대학이 크게 늘고 있다.

조선대는 최근 계간지로 발행 중인 학교 소식지 여름호에 특집을 싣고 수시모집 요강을 자세히 안내했다. 전남대도 SNS와 유튜브에 각 학과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간접적 입시설명 기회를 갖고 있다.

광주대의 경우 화상 전화를 통해 입시 상담을 하는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인기 학과와 장학제도를 소개하고 학교 운영에 대한 꼼꼼한 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수험생과 대면 상담이 어려워지자 대학측이 고육지책으로 온라인 창구를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수험생들의 정보 부족을 덜어주기에는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예년과 같은 대규모 입시 박람회와 설명회처럼 대면 상담이 어려운데다 한정된 시간에만 진행되기 때문이다.

일선 고교 역시 입시 설명회 등을 통해 입시정보를 얻기가 힘들어지자 수시와 정시 등 어떤 방식의 대학입시 지원을 권유해야될지 재학생들을 상대로 한 상담이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고3 학생들의 교실에서 야간 자율학습이 사라진 것도 난제다. 학생들을 데리고 있는 시간이 짧다보니 수업시간을 제외한 상담 시간이 절대 부족해 효율적 진학 지도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은 수험생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다음달 4주동안 60여명의 진학 전문 상담교사를 각 학교에 파견해 집중 상담 시간을 진행할 방침이지만 ‘코로나19 확산’이라는 복병과 마주칠까봐 걱정이 많다. 이마저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고 지역감염 추세가 뚜렷해지면 성사되기가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대 김상엽 입학처장은 “고3학생들에게 정확하고 신속한 입시정보를 제공하려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며 “수험생들의 혼란을 덜어주기 위한 추가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