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전문가도 “한국, 이렇게 대하는 건 잘못”
미 의회도 초당적 견제장치 마련
트럼프 밀어붙일 경우 감축 불가피 우려도
미국 국방부가 주한미군 감축 옵션을 백악관에 제시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가 나온 이후 미국 내에서 반대 목소리가 속출하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친정인 공화당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미국의 많은 한반도 전문가들도 주한미군 감축에 반대하는 입장에 섰다.
미국 의회는 초당적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을 일방적으로 줄이는 것을 막기 위해 견제장치를 마련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을 밀어붙일 경우 마땅한 방도가 없다는 우려도 높다.
공화당의 벤 새스 상원의원은 17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이런 전략적 무능은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수준으로 취약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스 의원은 그러면서 “우리는 미국인들을 위해 군대와 군수품을 그곳(한국)에 주둔시키고 있다”면서 “우리의 목적은 중국 공산주의 리더십과 핵에 미친 북한이라는 그(중국)의 부하들이 우리들을 방해하기 전에 생각할 무언가를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한미군이 중국과 북한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공화당의 마크 그린 하원의원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대한 적이 거의 없지만 우리는 중국에 맞서는 데 있어 한국의 파트너십에 대해 고마워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린 의원은 이어 “그 어느 때보다 우리는 한국과 협력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그들이 필요하고, 그들은 우리를 필요로 한다”고 설명했다.
야당인 민주당 소속 애덤 스미스 하원 군사위원장도 “우리는 미국이 세계 평화와 안정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곳(한국)에 있는 것”이라며 북한의 전쟁 도발을 막기 위한 주한미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도 주한미군 감축 반대 목소리를 냈다. 해리 카지아니스 국익연구소(CNI) 한국담당 국장은 “한국을 이렇게 대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그들은 공정한 분담금을 지불하고 있다”고 한국 편에 섰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WSJ에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을 거래의 관점에서 보고 있다”면서 “미군을 (한국 등에) 전진 배치하는 것은 우리의 적들이 나쁜 일들을 하는 것을 단념시킬 것이며 미군의 신속 대응을 가능케 한다”고 주장했다.
웨스턴켄터키대학 산하 국제여론연구소(IPOL)의 티머시 리치 교수 연구팀이 지난 7일 미국인 1024명을 상대로 웹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주한미군 철수에 대해 응답자의 42.9%는 반대 입장을 나타냈고, 26.8%는 찬성한다고 답했다.
미국 의회는 지난해 주한미군을 현 수준인 2만 8500명 미만으로 줄이는 데 필요한 예산을 행정부가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된 ‘2020 국방수권법(NDAA)’을 처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까지 받았다.
미 의회는 올해 통과시킬 ‘2021 NDAA’에도 같은 내용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특히 하원 군사위는 이달 미국 국방장관이 북한의 위협이 줄어들었고, 주한미군 감축이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입증하지 못할 경우 주한미군을 현재 2만 8500명 규모에서 더 이상 줄일 수 없도록 규정을 더욱 까다롭게 만들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을 밀어붙일 경우 이를 강제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는 분석도 있다. NDAA가 감축 자체를 아예 금지한 것이 아니라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행정부가 추진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NDAA는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에 맞고 그 지역에 있는 미국 동맹의 안보를 중대하게 침해하지 않을 것’, ‘한국·일본을 포함해 미국의 동맹과 적절히 협의할 것’ 등 두 조건을 국방장관이 입증하면 감축이 가능하도록 했다.
미국평화연구소(USIP)의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은 트위터에 “국방장관이 NDAA를 충족하기 위해 국가안보 근거를 최대한 끌어모을 수 있다”며 “신중히 처리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재앙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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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