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원 전 열린민주당 의원이 최근 인터넷에서 공개된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새 로고(CI) 시안에 대해 맹비난을 쏟아냈다. 국회의원 이전에 브랜드 전문가인 손 의원은 해당 로고를 ‘나쁜 디자인’이라고 단정하고 “저따위 디자인으로 나랏돈을 쓴다”며 비판했다.
손 전 의원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논란이 일고 있는 인천공항 새 CI 보도를 공유한 뒤 “흔히 디자인의 퀄리티는 계량이 안 된다고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요리사들이 신선한 음식 재료를 선별하듯 디자인의 가치도 전문가 눈에는 쉽게 판별된다”고 운을 뎄다.
“그래서 별수 없이 내가 또 나섰다”고 한 손 전 의원은 “나는 인천국제공항에 아는 분 없고 디자인을 누가 했는지도 전혀 모른다. 그러나 시안으로 돌아다니는 저 디자인은 단연코 나쁜 디자인이다”라고 비판했다.
손 의원은 이어 “조형적으로도 문제가 많고 좌측 방향성으로 인해 활용이 불편한 로고다. 목이 굵고 살찐 저 새가 불사조라구? 누가 불사조를 봤냐? 아무도 본 적 없는 새를 저렇게 구체적으로 그리냐”라고 반문했다.
“목과 머리, 그리고 몸이 부자연스러워 다시 보니 몸과 날개 사이에 한반도 비슷한 형태가 들어 있네? 설마…. 아니겠지?”라고 반문한 손 전 의원은 “기존 로고가 백배 이상 더 괜찮은 로고다. 더 이상 분란 일으키지 마시고 조용히 접으시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디자인업계가 많이 어렵다. 힘든 디자인업계를 국가가 나서서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대한민국 공기업 사장님들. 제발 디자인으로 국민 눈 가리고 장난치지 말라”고 한 손 전 의원은 “저 따위 디자인으로 나랏돈 쓰며 디자이너들 자존심까지 건드리지는 말라는 말이다. 후배들 보기 창피해 죽겠다”고 했다.
한편 인천국제공항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이용객이 급격히 줄어 수천억대 적자가 예상된 데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후폭풍이 채 가라앉지도 않은 상황에서 개항 20주년을 맞아 기업 로고 교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직원들이 반발하면서 내부 잡음이 일고 있다.
한국일보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지난 16일 ‘인국공 사장 친구 비리’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고 다음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글쓴이는 자신을 공사 직원이라고 소개한 뒤 “디자인 공항이 돼야 한다며 이상한 위원회를 만들더니 자기 친구를 데려다 위원장 자리를 주고 멀쩡한 회사 CI를 바꾼다”고 주장하며 “이런 것은 어디에 신고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아울러 글쓴이는 현재 공항 CI, 새 CI 시안이 담긴 사진을 첨부했다. 사진엔 복도에 게시한 벽보 중 지난달 30일자로 담당자가 결재한 것으로 나타나 있는 ‘인천공항 CI 디자인(안) 관련 자문서’와 이를 반대하는 듯한 항의성 대자보가 담겼다.
항의성 대자보엔 구본환 인국공 사장의 이름과 새 CI의 불사조와 닮은 봉황을 조합한 ‘구봉황공사’, 새 CI와 모양새가 비슷한 포켓몬 만화 캐릭터인 미뇽을 인용한 ‘인천국제미뇽공사’ 등의 패러디 사진과 함께 “구본환 친구 전기순 OUT! 우리 CI 얼마나 예쁜데!”라는 문구가 담겼다.
앞서 지난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인천공항 구본환 사장의 질주를 막아달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시됐다. 이 청원인 또한 “현재 구 사장은 인천국제공항의 얼굴이자 상징인 CI를 불사조와 한반도를 형상화한 모양으로 일방적인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며 “회사 내 커뮤니티에 중단 요청 글이 올라왔고 반대여론이 빗발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공사에 3000억원 상당 적자가 예상되는 가운데 CI를 변경할 경우, 이미 로고가 삽입돼있는 시설을 전면 교체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이 들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에서 재정적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담겼다.
논란에 대해 공사 관계자는 매체에 “내년 개항 20주년을 앞두고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해 용역을 진행 중으로 용역업체에서 제안한 것 중 하나가 CI교체였다”며 “불사조 디자인의 CI도 용역사에서 만든 것인데 검토 단계일 뿐 정해진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사장과 사적인 친분이 있는 사람이 CI 관련 자문 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