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착] 코로나 이후 처음 만난 EU 정상들…경제회복기금 논의

입력 2020-07-18 04:54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오른쪽)와 니코스 아나스타시아데스 키프로스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팔꿈치를 부딪히며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발발 이후 처음으로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이 직접 만난 EU 정상회의는 지난 2월 이래 처음으로 코로나19 위험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EU 회원국들은 현지시간으로 1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이틀 일정으로 특별 정상회의를 열고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경제회복기금과 2021~2027 EU 장기예산안 등을 논의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타격을 입은 EU 경제 회복을 지원하기 위한 대규모 경제회복기금과 EU 장기 예산안에 대한 합의가 시급한 만큼 코로나19 위험이 여전한 상황에서 이뤄졌다.

AP, AFP 등 외신들은 이번 EU 정상회의는 역사상 가장 위생적인 회의라고 부를법했다고 평가했다. 모임을 앞두고 철저한 시설 소독은 물론 평소 한 정상마다 20명 넘는 대규모 수행단을 대동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5명까지로 제한됐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오른쪽)가 1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 시작에 앞서 니코스 아나스타시아데스 키프로스공화국 대통령과 팔꿈치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회원국 정상들은 일제히 마스크를 쓰고 모습을 드러냈다. 약국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마스크를 쓴 이들부터 자국 국기가 그려진 마스크를 착용한 이들까지 각양각색이었다. 이들은 악수 대신 팔꿈치를 부딪치며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팔을 가슴에 올려 보이거나 두 손바닥을 합장하듯 올려 보이는 정상도 있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마스크를 코 밑으로 내려쓴 보이코 보리소프 불가리아 총리를 향해 장난스럽게 손가락질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17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대면 정상회의 모습. 뉴시스

이날 모임은 EU 본부 건물에서 가장 큰 회의실에서 열렸다. 정상들은 둥근 테이블에 널찍한 간격을 두고 떨어져 앉았다. 반가움은 잠시뿐 EU 정상들은 코로나19 회복기금 합의라는 쉽지 않은 과제에 의견이 분분했다.

이날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는 이날 몇 시간에 걸친 회의 뒤에도 EU 회원국 정상들 사이에 경제회복기금에 대한 큰 이견이 계속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는 EU 정상들이 합의에 다가가고 느끼지 않는다면 경제회복기금의 규모에 대해서는 아직 합의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앞서 이날 회의 시작 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견이 아직 매우, 매우 크다”며 “그래서 나는 우리가 이번에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에 대해 예측할 수 없다. 매우 어려운 협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U 27개 회원국 정상은 지난 4월 EU 장기 예산과 연계된 대규모 경제회복기금을 설치하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회원국들은 경제회복기금 규모와 ‘보조금이냐 대출이냐’ 등 지원 형식과 조건을 두고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북부 지역 회원국은 자국의 부담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등은 대규모 공동 채무에 반대하고 있으며 보조금보다는 대출금 형태가 돼야 하고, 기금 지원에는 경제 개혁이라는 조건이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앞서 샤를 미셸 상임의장이 제안한 7500억 유로(약 1020조원) 규모의 경제회복기금과 1조740억 유로(약 1457조원) 규모의 EU 장기 예산안을 놓고 줄다리기가 예고됐다. 이밖에 기금 지원을 민주적 가치 존중, 기후변화 대응과 연계하는 장안 등을 두고도 이견이 있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합의가 도출될 수 있을지 아직 미지수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