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볼lab] LG 톤프리 써보니…늦었지만 바람직한 업그레이드

입력 2020-07-19 06:00

무선이어폰 하면 떠오르는 제품은? 아마 대부분 애플 에어팟이나 삼성전자 갤럭시 버즈 플러스 정도를 답할 것이다. 아니면 QCY 같은 저가형 제품일 수도 있겠다. 무선이어폰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시장은 에어팟, 버즈 플러스 같은 고가 제품과 1~2만원에도 살 수 있는 저가 제품으로 재편 중이다.

시장 구도가 어느 정도 형성된 상황에서 LG전자가 제대로 참전을 선언했다. 바로 ‘톤프리’(모델명 : HBS-TFN6)다.

어디서 들어본 듯한 느낌이 든다면 무선이어폰에 꽤 관심이 있는 사람이다. 톤프리는 LG전자가 2010년대 세계 시장을 주름 잡았던 넥밴드형 블루투스 이어폰 ‘톤플러스’의 계보를 잇는 제품이다.

톤플러스는 LG전자의 효자상품이었다. 스마트폰은 부진했어도 넥밴드형 블루투스 이어폰은 승승장구했다. LG전자를 따라 여러 회사에서 넥밴드형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적어도 LG전자는 무선이어폰 분야에서는 시장을 선도하고 1위의 자리를 차지해본 경험이 있다.

살균되는 이어폰
톤프리가 다른 제품과 가장 구별되는 점은 케이스에 UV나노 살균 기능이 있다는 것이다. 이어폰 유닛을 케이스에 넣고 닫으면 자동으로 살균이 된다. 5분만 넣어두면 대장균, 황색포도상구균을 99.9% 제거한다고 LG전자는 설명한다. UV-C(100∼280nm 파장 영역을 가지는 자외선) LED로 살균이 되는 원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느 때보다 위생에 관한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세균 없는 깨끗한 이어폰을 쓸 수 있다는 건 분명 장점이다. 없어도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있으면 좋은 옵션이다. LG전자가 스마트폰에서 추구해야 할 ’차별화된 포인트’는 이런 것이어야 한다.

이어폰의 본질적인 기능이 아닌 살균 기능을 먼저 언급한 것은 톤프리가 다른 부분에서 별로 흠잡을 것 없이 좋은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좋은 소리를 들려주기 위해 명품 오디오를 만드는 메리디안과 협력했다. 톤프리 케이스를 열면 LG전자 로고 대신 ‘위드 메리디안’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톤프리는 기본으로 4개의 사운드 옵션을 제공한다. 기본값은 풍부한 음향을 들려주는 이머시브(Immersive)다. 취향에 따라 저음을 강조한 베이스 부스트(Bass Boost), 고음을 강조한 트레블 부스트(Treble Boost)를 선택할 수도 있다. 원래 음을 그대로 들려두는 내추럴(Natural)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내추럴로 설정했을 때 가장 깔끔하고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오디오 전문가는 아니지만 톤프리의 음질은 경쟁 제품과 견주어도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톤프리에 노이즈 캔슬링 기능은 없다. 귀를 꽉 막는 커널형 유닛이라 외부음은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들리지 않는다. 대신 주변 소리 듣기 기능을 활성화하면 유닛을 귀에 끼우고 있어도 외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통화 품질도 만족스러웠다. 음악을 듣다가 전화를 받았을 때 상대방이 잘 안 들리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마카롱이 생각나는 디자인
톤프리의 디자인은 앙증맞다. 통통한 마카롱 같다. LG전자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마카롱 케이스를 출시기념 이벤트 사은품으로 준비했다. 케이스를 손에 쥐었을 때도 원형 디자인이 주는 안정감이 있었다. 유닛은 언뜻 보면 에어팟 프로를 연상시킨다. ‘콩나물 대가리’로 분류할 수 있겠다.

케이스에 유닛을 넣을 때 느낌이 좋다. 유닛을 케이스 근처로 가져가면 어느 순간 착 달라붙는다. 자석이 있어서 끌어당기는 데 단단하고 잘 정돈된 느낌을 준다.

몇 가지 개선이 필요한 점도 있어 보인다. 블루투스로 연결하는 무선이어폰은 모두 어느 정도 끊어지는 현상이 있다. 강남역이나 명동처럼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종종 연결이 약해진다. 톤프리를 사용하면서 다른 경쟁 제품보다 끊어지는 빈도가 좀 더 잦은 편이었다. 연결 상황, 기기 간 특성 등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에 다른 제품에 비교해 안 좋다고 얘기하긴 성급하지만, 같은 장소에서 다른 제품은 잘 연결될 때도 톤프리는 연결이 끊어지는 경우가 있었다. 출퇴근 길에 혼잡한 지하철에서는 사용하기 어려운 적도 있었다.

가격도 다소 아쉽다. 톤프리의 출고가는 19만9000원으로 지난해 10월 출시된 전작 톤플러스 프리(모델명: HBS-PFL7)의 25만9000원보다 6만원 정도 저렴해졌다. 출고가 기준으로 에어팟 2세대와 같은 가격이고, 버즈 플러스(17만9000원)보다 비싸다. LG전자가 도전자 입장임을 고려하면 가격을 좀 더 공격적으로 낮춰야 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