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의장 불 지핀 ‘개헌’에 김종인 “회의적”

입력 2020-07-17 16:42
정세균 국무총리와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72주년 제헌절 경축식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헌절을 맞아 박병석 국회의장이 개헌과 남북 국회 회담을 제안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변화된 시대 흐름에 맞게 헌법 정신을 제대로 구현하는 작업을 시작할 때”라며 개헌 논의 필요성에 힘을 보탰다. 다만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내용도 없이 내년까지 개헌을 완료해야 한다는 데 상당이 회의적”이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박 의장은 17일 국회에서 열린 제72주년 제헌절 기념식 경축사에서 “앞으로 있을 정치 일정을 고려하면 내년까지가 개헌의 적기”라며 “코로나 위기를 넘기는 대로 개헌 논의를 본격화하자”고 밝혔다.

그는 “한 세대가 지난 현행 헌법으로는 오늘의 시대정신을 온전히 담아내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코로나19를 거치며 국가의 존재에 대한 인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우리의 경제 규모는 1987년에 비해 10배 넘게 커졌으며, 시대환경도, 국민적 요구도 크게 달라졌다”며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는 오래전부터 개헌의 필요성을 절감해 왔으나, 권력 구조 문제 등 정당의 이해관계라는 마지막 고비를 끝내 넘어서지 못했다”며 “정치권의 이해가 아닌 오로지 국민의 뜻을 받들어 시대 정신을 반영한 새 국가 규범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장은 남북 국회 회담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한반도 운명의 주체는 남과 북이다. 이를 위한 첫걸음으로 국회의장으로서 북측 최고인민회의 대표에게 남북 국회 회담 개최를 공식 제의한다”고 했다. 그는 “언제 어디서든 만나 마음을 열고 남북관계와 민족 문제를 진정성 있게 의논할 준비가 돼 있다”며 “한반도 평화와 공동번영의 의지를 천명하고, 남북관계를 법적·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방안을 찾아내자”고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개헌 논의를 본격화하자는 박 의장의 제안에 대해 기자들과 만나 “개헌이라고 말만 했지 무엇 때문에, 무엇을 변경하겠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과거 국회도 매번 시작하면 그때마다 국회의장들이 개헌 이야기를 하면서 개헌자문회도 구성하고 시안도 내보고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개헌이 한 번도 성립해본 적이 없다”고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내가 보기에 왜 내년이 적기가 되는지 이해가 잘되지 않는다”며 “개헌을 하려면 대선 전에 해야 해서 대선이 1년쯤 남은 시점이 적기라고 판단하는 것 같은데 지금부터 준비해서 내년 4월까지 개헌을 완성할지는 상당히 회의적”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개헌의 방향과 시기를 떠나 민주당이 논의를 공식 제안해오면 응하겠느냐’는 질문에 “어떤 내용을 가지고 개헌하느냐를 두고 봐야 한다”고 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