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와 ‘비서실 복귀’ 진실공방하는 서울시

입력 2020-07-17 14:36 수정 2020-07-17 16:34
지난 2월 인사과장·비서실장 “추진한 적 없다”
현 인사과장은 “모르겠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영정. 연합뉴스

서울시가 지난 2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의 비서직 복귀를 추진했다는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앞서 피해자 측은 “올해 2월 인사 담당자로부터 다시 비서 업무를 맡아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피해자 측에 따르면 2월은 박 전 시장의 ‘텔레그램 비밀대화방 추행’이 벌어지는 등 성추행 수위가 심각했을 때다.

당시 서울시 인사과장은 “인사과는 피해자의 비서실 복귀를 검토, 추진한 일이 전혀 없다”며 “연락도 한 적 없다”고 말했다.

그는 “비서실에서 그런 식의 요청을 받은 일도 없다”고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비서실 인사는 전적으로 비서실장의 뜻에 따라 결정된다. 비서실장이 인사과에 인사발령을 내달라고 요청하면 인사과는 그대로 따른다는 뜻이다.

오성규 당시 비서실장도 “비서실 복귀를 추진한 일이 없다”며 “그런 결정을 한 적도 없고 인사과에 요청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비서 업무 구조상 경력이 그렇게 오래된(4년) 사람의 비서 복귀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같이 일하는 동료와 상하 문제가 있을 수 있어 그렇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비서직의 인사권은 서울시 행정국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사과가 소속된) 행정국장이 빈자리와 직원의 근무 기간을 보고 결정하는 것”이라며 “비서실장에겐 인사 권한이 없다”고 했다. 서울시와 비서실 모두 ‘비서직 복귀 제안’과 무관하다고 하면서 책임은 서로에게 떠넘기고 있다.

단 현재 서울시 인사과장은 “전임자 일이라 전혀 모르겠다”며 확답을 피했다.

앞서 피해자와 공동 대응하고 있는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는 지난 16일 ‘서울시 진상규명조사단 발표에 대한 입장’ 자료를 내고 “지난해 7월 비서실을 떠난 피해자가 올해 2월 다시 비서 업무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이 단체들에 따르면 피해자는 당시 인사 담당자에게 “성적 스캔들 등의 시선이 있을 수 있다”며 고사했다. 복귀를 제안한 인사 담당자가 누구인지 특정되지는 않았다.

피해자가 비서로 일할 당시 박 전 시장이 인사이동을 막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피해자는 ‘승진하면 다른 부서로 이동한다’는 박 전 시장의 인사 원칙을 근거로 전보 요청을 했는데 박 전 시장이 “누가 그런 걸 만들었느냐” “비서실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며 인사이동을 만류했다는 것이다. 오 전 실장은 “비서는 2년씩 있는 게 일반적인 건 맞는다”며 “내가 비서실장에 부임한 2018년 7월 이미 피해자의 근무 기간이 3년이라서 인사할 때가 됐다고는 생각했다”고 했다.

피해자 측은 피해자가 2016년 1월부터 반기별로 인사이동을 요청했으나 번번이 좌절되다가 지난해 7월 근무지를 이동했다고도 주장했다. 오 전 실장은 “인사이동 요청 내용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