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의 아픔을 위로한다고 접근해 성폭행한 60대 국립대 교수의 범행 상황이 담긴 녹음 파일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피해자는 “싫어요”를 207번, “집에 가고 싶다”를 53번 외쳤다. 비명도 15차례나 질렀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정찬수)는 16일 유사강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제주대학교 A교수에 대한 2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은 피해자 B씨의 동의를 얻어 언론에만 제한적으로 공개됐다.
A교수는 자신의 강의를 듣던 제자 B씨를 강제로 성폭행 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A교수는 지난해 3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B씨에게 면담하고 싶다며 접근했다. 면담에 응한 B씨는 A교수에게 공황장애와 우울증, 어려운 가정형편을 털어놨고 이에 A교수는 자신도 같은 질병을 앓고 있다고 공감하며 약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후 지난해 10월 30일 A교수는 B씨에게 저녁 식사를 제안했다. 식사 자리에서 당시 심한 우울증을 겪던 B씨가 “매일 매일 극단적 선택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하자 A교수는 “그런 생각을 하지 말라”고 위로했다.
식사를 마친 뒤 A교수는 B씨를 한 노래주점에 데려갔다. 이 과정에서 이상한 조짐을 느낀 B씨는 수차례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으나, B씨는 강제로 끌려 들어갔다.
노래주점에서 A교수는 “너를 처음 봤을 때 치마를 입고 다리를 꼰 모습이 당당해 마음에 들었다”고 말하며 B씨를 성폭행했다.
당시 상황은 B씨의 휴대전화 녹음 파일에 생생히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가 녹음 파일을 분석한 결과 “싫어요”가 207번, “집에 가고 싶다” 53번, 비명소리 15번이 녹음됐다.
사건 직후 A교수는 처벌을 줄이기 위해 합의를 요구하기도 했다.
10대 동생을 돌봐야 했고, 성폭행 피해 후 병원비까지 마련해야 했던 B씨는 사건 직후 A교수의 합의금을 받고 합의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B씨는 이날 법정에서 “어쩔 수 없는 합의였다. 비록 합의서에는 A교수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했지만, 용서한 적도 용서하고 싶지도 않다. 엄한 처벌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재판부는 “피해자가 용기를 얻고 앞으로 잘 살아야 한다. 어린 동생을 잘 키워야 하지 않겠느냐”고 B씨를 위로했다.
A씨 측은 범행을 대부분 인정했지만 “술에 취해 있었고 우울증 등 정신병 관련 증상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달라”며 심신미약을 주장하고 있다.
한편 재판부는 지난 6월 첫 공판에서 “이런 범행은 대한민국에서 없어져야 한다. 피고인을 본보기로 삼겠다”며 직권으로 A교수를 법정 구속했다.
양재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