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이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 입장을 내놨다. 경실련은 "그린뉴딜하겠다면서 그린벨트 해제는 무슨 국정 철학인가"라며 "공기업 땅장사, 집값 상승, 수도권 집중 부추기는 그린벨트 해제를 당장 중단하라"고 17일 밝혔다.
청와대는 서울시와 박선호 국토교통부 제1차관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린벨트 해제 검토를 적극 추진 중에 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까지 나서 "논란을 풀어가는 것이 정부 역할"이라며 그린벨트 해제 검토에 힘을 실었다. "그린벨트는 미래세대를 위해 남겨둬야 한다"는 박 차관과 "미래 자산인 그린벨트를 흔들림 없이 지키겠다"는 서울시의 입장을 묵살한 셈이다. 그만큼 그린벨트 해제에의 의지가 강한 것으로 읽힌다.
특히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10일 그린벨트 해제는 검토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지 나흘 만에 말을 180도 바꾼 것은 의문스럽다. 홍 부총리가 입장을 즉각 바꿔야 할 만큼 강한 드라이브가 존재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실련은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수도권 집중을 가속하는 그린벨트 해제 정책 논의를 당장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그린뉴딜을 하겠다면서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것이 무슨 국정 철학인지 밝혀야 한다"고 했다. 이어 "서울시도 정부 개발 논리 압박에 결코 편승해서는 안 되며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요구에 끝까지 단호하게 반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실련은 "그린벨트는 도시의 무분별한 확산을 막고 생태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국토를 미래세대에 넘겨주기 위한 중요 정책수단"이라며 "정부 주택공급 확대에 공급된 판교 위례 마곡 등의 결과는 공기업 땅장사, 건설사 집 장사 등으로 공기업과 건설사 다주택자, 부동산 부자 등 투기 세력에게만 막대한 부당 이득을 안겨줬고 서민들의 주거 불안은 해소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린벨트 해제가 국토 허파를 파괴하고 무분별한 난개발과 투기 수단으로 전락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있었다”며 “그런데도 다시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하려는 것은 정부 스스로 그린벨트 정책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해결책으로는 용산정비창, 서울의료원 부지 등 알짜배기 땅을 민간에 매각하지 말고 공공이 직접 개발할 것을 권했다.
경실련은 “환경과 생태계 보전, 국토 미래를 위해 4대강 개발을 반대하던 현 정부 사람들이 더 많은 사람의 환경을 보호해주는 도심 속의 그린벨트 해제를 주장하는 것이 의아하다”며 “무분별한 고밀도 아파트 건설을 지자체의 반대에도 무시하고 앞장서 강압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지난 정부의 개발 정책 반대에 대한 순수성을 의심케 한다”고 했다.
이어 경실련은 “환경부도 지금의 사태에 대해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환경운동가 출신이다. 실제 여러 환경단체가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경실련은 "그린벨트를 지금의 형태로나마 지킬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이라며 "그린벨트는 한번 훼손되면 원상태 복원이 불가능하다"고 간곡히 부탁했다.
경실련은 최근 어느 시민단체보다도 앞장서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정책 마련을 외쳐왔다. '주택 공급'을 명분으로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 중인 정부에 경실련이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의미가 있다. 득보다는 실이 많으며 환경에 있어서만큼은 불가역적인 정책이 될 것이라는 우려로 읽힌다. 1989년 설립된 경실련은 경제적 불의에 맞서 꾸준히 목소리를 내온 대한민국 대표적 시민단체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단체로 정부 보조금을 한 푼도 받지 않고 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