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보러 온’ 서울 방문객에 인구 2만 제주 마을 ‘발칵’…학교·마을 ‘올스톱’

입력 2020-07-17 14:24
제주를 여행한 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서울 광진구 70대 여성의 한림읍 지역 접촉자 4명이 최근 잇따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17일 오전 제주시 한림읍 체육관 운동장에 마련된 임시 진료소에서 수백명의 주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광진구 확진자에 의한 2차 감염자가 제주 특정 지역에서 이틀새 4명이 나오면서 제주 지역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17일 제주시 한림읍 관내 모든 학교가 원격수업으로 전환됐고, 도내 공공기관 학교 어린이집 등 곳곳에서는 한림 지역에 거주하거나 가족 및 일가친척을 둔 이들에 대해 출근 자제를 요청했다. 한림읍 임시 진료소에는 주민 수백명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몰려 들었다.

서울 광진구 확진자는 지난 9~14일 제주를 방문한 뒤 16일 서울 광진구보건소로부터 확진 판정을 받았다.

70대인 이 여성은 딸을 만나러 제주에 온 지 이틀 만인 11일부터 발열 기침 등의 유증상이 발현됐고, 13일에는 딸이 사다준 해열제를 먹기도 했다. 그리고 14일 서울로 돌아간 뒤 16일 코로나19 진단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제주에 머무는 5박6일간 여성의 동선은 해빈사우나와 정다운사랑방 찻집 등 제주시 한림읍에만 집중됐다.

역학조사 결과 접촉자는 20명으로 확인된 가운데 이중 4명이 16~17일 이틀새 양성 판정을 받았다. 2명은 70대 확진자의 딸, 1명은 해빈사우나 직원, 나머지 1명은 찻집 직원이었다.

이처럼 제주 한림 지역에서 4명이 한꺼번에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한림을 비롯한 제주지역사회가 초비상이 걸렸다.

제주도교육청은 16일 밤 교육감 주재 긴급 회의를 열어 17일 제주시 한림읍 관내 모든 학교를 원격수업으로 전환했다. 월요일 등교 여부는 추이를 보며 19일 결정키로 했다. 맞벌이 가정을 위해 진행해 온 돌봄과 방과후 학교도 중단됐다.

한림읍에 거주하는 교직원과 학생들에 대해서도 재택근무와 등교 중지를 명했다. 한림 지역 외 등교 수업을 하는 학교에서는 자가 진단과 마스크 착용, 방역 등을 더욱 철저히 하도록 하고, 한림읍 소재 학교 기숙사에 있는 학생들은 17일 아침 귀가조치했다.

2만1000명이 거주하는 한림읍내 주민들은 코로나 사태 후 처음 자신들의 마을에 확진자가 집중된 상황에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한림체육관 운동장에 급조된 임시 선별진료소에는 주민 수백명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몰려 들었다.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 두기를 하며 수백미터의 긴 줄을 서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한림민속오일시장은 1965년 개장 후 55년만에 처음으로 임시 휴장에 들어갔다. 읍내 매일시장과 한림항 주변 부둣가도 평소보다 조용하고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제주도는 한림읍 일대 코로나19 전파 방지를 위해 한림읍에 현장 대응반을 투입, 집중 방역 관리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도는 확진자 이동 동선 장소 방문자에 대한 코로나19 검사를 지원하고 있고 이를 위해 도내 6개 보건소 등 보건인력을 총동원했다.

제주도는 감염과 관련해 불안을 호소하는 주민들까지 전부 검사할 계획이다. 17일 검사 결과는 당일 알 수 있다.

한편 서울 광진구 확진자는 9일 오후 2시20분 제주항공 7C121편 항공편으로 입도해 14일 오전 11시40분 제주항공 7C112편으로 출도했다.

역학조사 결과 제주에 머무는 내내 제주시 한림읍 해빈사우나와 정다운사랑방 찻집을 매일 찾았고, 출도 전날인 13일에만 한림읍 흑돈본가를 추가 방문했다.

CCTV 확인 결과 현재까지 밝혀진 동선에서 70대 여성은 가족의 차량을 이용해 이동했고, 마스크는 착용하지 않았다.

동선에 따른 접촉자는 현재까지 가족 4명, 정다운사랑방 2명, 해빈사우나 6명, 흑돈본가 8명 등 20명과 기내 접촉자 40명이다. 기내 접촉자 40명은 모두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