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착취물 수천개 만들고 추앙댓글 캡처 보관 ‘배준환’ 얼굴 공개(사진)

입력 2020-07-17 12:13 수정 2020-07-17 14:23
미성년자 성 착취물 1천300개를 제작해 음란사이트에 연재한 배준환이 17일 제주동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에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이용해 여성 52명을 대상으로 수천개의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하고 이를 음란사이트에서 유포한 30대 남성의 신상이 공개됐다. 피해자 대부분은 ‘기콘(기프트콘)’ ‘문상(문화상품권)’을 준다는 말에 현혹된 청소년들이었고, 피의자는 이중 중학생 2명에 성매매를 알선하기도 했다. 경찰은 범행 내용이 사회에 미칠 파장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제주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17일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아동·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지난 9일 구속한 배준환(37‧경남)의 이름과 나이를 공개했다. 이른바 ‘박사방’ ‘N번방’과 관계없는 별개 사건의 성착취 혐의 피의자 신상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에 따르면 배준환은 2019년 7월부터 검거 직전인 2020년 6월까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으로 알게 된 청소년 44명을 유인해 성착취물 1293개를 제작하고 이중 88개를 음란사이트에 유포했다. 이중 청소년 2명에 대해서는 직접 성매매를 알선했다.

또, 2018년 2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성인 여성 8명과 성관계를 하며 이 과정에서 불법 촬영한 영상물 907개를 인터넷에 유포했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배준환의 범행은 2005년부터 시작됐다. 배씨는 22살부터 성관계 장면을 촬영했고,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유포를 시작했다.

배씨는 전직 영어강사였던 이력을 줄여 ‘영강’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했다. ‘환영합니다. 미션 성공하고 기콘 문상 받아가시기 바랍니다’라는 친근한 문구로 오픈 채팅방을 열어 수위 미션을 성공하면 문화상품권이나 기프트콘 등의 보상을 하는 방식으로 영상물을 끌어모았다. 성 착취물에는 자신의 닉네임이 적힌 종이가 노출되도록 했다.

배씨의 범죄는 공교롭게도 N번방, 텔레그램 방을 이용한 성착취물 제작 유포 게시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던 2020년에 더 활기를 띈 것으로 확인됐다. 2020년 3월부터 7월까지 4개월간 배씨가 피해자를 물색하는 데 사용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은 1000개에 달했다.

배씨의 범죄는 기계적이고 반복적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배씨는 다수의 채팅방을 동시에 운영하면서 상대방과의 대화에 보낼 메시지 내용을 자동완성 기능을 통해 발송했고, 업무 처리하듯 날짜별 피해자별 관련 파일을 정리한 뒤 연재하듯 음란사이트에 불법 영상물을 게시했다.

이와 관련해 오규식 제주청 사이버수사대장은 “배씨의 범행이 SNS를 통한 성착취물 논란이 한창이던 올해 오히려 집중됐고, 범행 전 과정을 기계적이고 사무적으로 처리했다”며 “N번방 외에도 비슷한 범행을 저지를 채널이 많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범행 동기를 성욕 해소와 과시욕으로 보고 있다.

실제 배씨는 음란사이트에 게시물을 올릴 때 주로 무료 사이트를 이용했으며, 게시물에 자신을 추앙하는 댓글이 달리면 캡쳐해 따로 저장해 두기도 했다.

피해 청소년들의 나이는 만 11~16세였다. 거주지는 전국 각지였다. 피해자들이 미션하듯 인증 영상물을 올리고 받은 댓가는 건당 1000원에서 2만원이었다. 수위 미션은 금액에 따라 행위 난도를 올리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경찰이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통해 확보한 청소년 영상물 1293개는 사진과 영상물로 용량이 무려 66.5GB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성인 8명과의 불법 촬영물은 모두 배씨가 직접 성관계를 하며 불법 촬영한 것들이었다. 성관계는 매수 또는 합의에 의해 이뤄졌으나 촬영과 유포에는 상대의 동의를 얻지 않은 상태에서 대부분 이뤄졌다.

특히 배씨는 앞서 제주청이 비슷한 혐의로 입건한 A씨와 음란사이트를 통해 이미 알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배씨와 A씨는 음란사이트에 성착취 영상물을 연재하며 서로를 알게 됐고, 텔레그램을 통해 주로 대화를 나눴다. 경찰은 배씨가 A씨로부터 관련 수법을 습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텔레그램 대화에서 배씨는 A씨를 ‘사부’라고 칭했다.

경찰은 앞서 A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배씨의 존재를 확인하고 검거에 이르렀다. 배씨는 지난 7일 대구 출장 중 검거돼 9일 구속됐다.

한편 경찰청은 지난 14일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배씨에 대한 신상 공개를 결정했다. 심의위는 박사방, N번방 등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이후 오히려 영상물 수천개를 제작, 유포하는 등 죄질이 나쁘고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으로 판단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