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2분기 ‘플러스 성장’ 반등 전환
한국 한은에 이어 기재부도 “상황 악화”
경제 개선 희망을 언급했던 정부가 다시 ‘부정적’ 얘기를 쏟아내고 있다. 올해 -0.2% 성장을 예고했던 한국은행이 “달성 불가능”을 언급한 다음 날 기획재정부도 “실물경제 위험 완화”라던 기존 입장을 철회했다. “불확실성이 높다”로 평가가 돌아섰다. 최근 반등에 성공한 중국처럼 하반기 경제가 풀릴 것이라는 정부의 예측이 빗나가고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기획재정부는 17일 발표한 ‘7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고용 감소폭이 축소되고 내수관련 지표의 개선 흐름이 나타나고 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수요 위축 등으로 수출 및 생산 감소세가 지속되는 실물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런 진단은 전달과 많이 달라진 것이었다. 기재부는 ‘6월 경제동향’에서 “코로나19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으나, 내수 위축세가 완만해지고 고용 감소폭이 축소되는 등 실물경제 하방 위험이 다소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했다. 한 달 만에 전반적인 경제 인식이 개선에서 불확실로 바뀌었다.
부정적인 분위기는 한국은행도 마찬가지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예상보다 수출 감소폭이 대단히 커서 지난 5월 전망치의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언급했다. 한은이 기존에 제시한 올해 -0.2% 성장률 달성이 어렵다는 뜻이다.
수출은 지난 4~5월 전년 대비 20%씩 감소했고, 6월에도 10.9% 줄었다. 코로나19 확산 추이도 예상 경로를 벗어나고 있다. 정부는 당초 2분기 이후 진정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근 미국에서 신규 확진자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국내도 해외 유입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 총재는 “7월에 들어서서 2주가 흘렀지만 코로나19 확산세는 오히려 가속화하고 있다”며 “워스트(최악) 시나리오로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 정도로 진정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경제 위기론은 중국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중국은 지난 16일 올해 2분기 경제 성장률이 3.2%라고 밝혔다. 1분기 -6.8%에서 반등에 성공했다. 중국이 주요국 가운데 처음으로 코로나19를 딛고 경기 반등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반면 한국은 그나마 회복세를 보이는 소비와 고용도 불안하다. 기재부가 이날 발표한 내수 속보 지표를 보면 지난달 국산 승용차 내수판매량은 전년 대비 44.9%까지 껑충 뛰었다. 전달(14%)에 비해 증가폭이 크게 확대됐다. 백화점 매출액도 0.4% 증가하며, 감소에서 상승세로 전환했다. 카드 국내승인액 증가폭 또한 전달 5.3%에서 9.3%까지 커졌다.
그러나 14조원의 긴급재난지원금 효과가 큰 상황이다. 지급이 끝나는 8월 이후에 다시 감소할 수 있다. 정부는 각종 지원책을 동원해 소비 절벽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고용시장도 정부 돈으로 겨우 버티고 있다. 지난달 고용은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 재개 등으로 60대 이상 일자리만 늘었다. 고령층을 제외한 모든 연령은 고용률과 취업자 수가 감소했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이날 “정부는 소비 회복의 불씨를 이어가기 위한 내수 진작 이어달리기를 계속하겠다”며 “제조업 취업자 감소폭 확대와 상용직 고용증가폭 둔화 등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경기 하방 압력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말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