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 K무비가 세계 영화관에 숨통을 틔우다

입력 2020-07-17 06:00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그린 영화 '반도'의 한 장면. NEW 제공


연상호 감독의 영화 ‘반도’가 15일 개봉 첫날 35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면서 올해 최고 흥행작 오프닝 스코어를 6개월 만에 경신했다. 아울러 국내와 함께 동시 개봉한 싱가포르와 대만에서도 압도적인 오프닝 성적을 거두며 대대적인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16일 배급사 NEW에 따르면 전날 개봉한 반도는 하루 동안 35만2926명이 관람했다. 지금까지 올해 가장 높은 개봉 스코어를 거둔 작품은 지난 1월 설 연휴를 앞두고 개봉한 남산의 부장들이었다. 남산의 부장들은 개봉 첫날 25만2000여명의 관객을 끌어모았었다.

반도의 이런 흥행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극장이 침체한 가운데 이룬 성과라 더 큰 의미가 있다. 연 감독의 전작 ‘부산행’의 4년 뒤를 그리는 블록버스터 좀비물 반도는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된 데다 코로나19 시국과 맞물려 더 많은 기대를 모았었다. 영화계 안팎에서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지난 2월 이후 자취를 감췄던 국내 신작들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감도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더욱이 반도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 극장에 숨통을 틔우는 마중물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반도 개봉에 맞춰 극장 영업을 재개한 싱가포르에서는 상영관 당 최대 50석만 이용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14만7000싱가포르달러를 벌어들였다. 이는 역대 한국 영화 최고 흥행작인 ‘신과함께: 인과 연’의 11만9000싱가포르달러를 가뿐히 뛰어넘는 수치다.

대만에서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비슷한 수준인 300개관에서 개봉한 반도는 4년 전 ‘부산행’의 기록을 뛰어넘어 ‘기생충’의 대만 오프닝 스코어 10배에 달하는 8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단숨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개봉 전 190개국에 선판매된 반도가 향후 얼어붙은 세계 극장을 녹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6일 말레이시아에서 개봉한 반도는 베트남(24일), 라오스(29일), 덴마크(30일)에 이어 다음 달 뉴질랜드(6일), 핀란드·스웨덴·노르웨이·북미(7일)에서 개봉을 앞두고 있다. 호주, 러시아, 인도, 필리핀 등에서도 8월 중 순차 개봉할 예정이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