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에서 기사회생한 이재명, 여권 대선판도 흔든다

입력 2020-07-16 18:07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6일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파기환송 결정으로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했다.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TV 토론회 발언으로 시작된 ‘친형 강제입원 의혹’이 일단락되면서 사법적인 족쇄에서 풀려난 것이다.

그동안 추진해왔던 ‘이재명표’ 기본소득정책 등 핵심 도정이 탄력을 받는 동시에 대선주자로서의 행보도 빨라질 전망이다. 코로나19에 적극 대응하고 긴급재난지원금 이슈를 선점하며 1위 주자인 이낙연 의원을 추격하던 이 지사가 ‘이낙연 대세론’을 흔들며 향후 여권의 대선 지형도를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지사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전원합의체는 대법관 7(파기환송)대 5(상고기각) 의견으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쟁점이 된 이 지사의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관련 발언에 대해 “상대방 질문에 답변하거나 해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며 “토론회의 주제나 맥락 없이 어떤 사실을 적극적이고 일방적으로 널리 드러내 알리려는 의도에서 한 공표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또 “이 지사가 형의 강제입원 절차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해도 이런 사실을 공개할 법적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한 반대 사실을 공표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 지사의 파기환송심에서는 ‘전부 무죄’가 선고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관계자는 “선거 후보자가 토론회에서 한 발언 중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있는 범위에 대해 구체적이고 분명한 기준을 제시한 판결”이라며 “후보자 토론회에서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더욱 넓게 보장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판결 직후 “공정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려주신 대법원에 감사드린다”며 “거짓이 진실을 이길 수 없다는 믿음, 정의에 대한 믿음을 다시 한번 확인해줬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공정한 세상, 함께 사는 ‘대동 세상’의 염원을 실현하기 위해 여러분과 함께 흔들림 없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이어 박원순 전 서울시장까지 잠재적 대선주자들이 줄줄이 사라지며 위기감에 빠져있던 여권은 대법원 판결에 안도했다.


이 지사의 정치적 부활은 향후 민주당 대선 구도에 적지 않은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낙연 대세론’에 맞서 이 지사가 ‘반() 이낙연 전선’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될지 주목된다.

이 지사는 호남 기반에 안정적이고 엘리트적인 이미지를 가진 이 의원과 여러 면에서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스타일이다. 이 지사의 향후 대선주자 지지율 추세에 따라 당내 정성호, 김영진 의원 등 일부 드러나 있던 이재명계 의원들 외에 물밑에서 다른 의원들의 움직임도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에선 이 지사가 8·29 전당대회 판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낙연 의원은 “코로나19 국난극복과 한국판 뉴딜 등의 성공을 위해 이 지사와 함께 손잡고 일해 가겠다”고 말했다. 김부겸 전 의원도 “이 지사와 함께 몸을 낮추고 국민 앞에 겸손한 자세로 좋은 정치에 힘쓰겠다”며 러브콜을 보냈다. 당내에선 김 전 의원과 이 지사가 손 잡는 구도가 형성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나래 허경구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