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2분기 성장률 3.2% ‘반등’…경기부양에 ‘V’자형 회복할까

입력 2020-07-16 17:38
마스크를 쓴 중국 베이징 시민들.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분기에 -6.8%까지 추락했던 중국 경제 성장률이 곧바로 플러스로 반등했다. 시장 전망치도 훨씬 상회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 경제 성장의 장기 추세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출했다.

하지만 미·중 갈등과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 등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여전한 데다, 중국 내 소비 부진과 고용불안 등이 이어지고 있어 중국 경제의 본격 회복을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증가했다고 16일 발표했다.

이는 로이터 통신의 전문가 조사에서 나타난 전망치 2.5%나 블룸버그통신 전망치 2.4%를 크게 넘어서는 수준이다. 상반기 기준 중국 GDP는 작년 동기 대비 1.6% 감소했다.

중국 경제는 지난 1분기 성장률 -6.8%로 분기 GDP를 집계한 1992년 이후 처음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가 극적인 반전에 성공했다.

미국의 2분기 성장률이 -8%(IMF 전망)로 예상되는 등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주요국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이 경기 반등을 이뤄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인 지난 3월 중순부터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 등 각종 경기 부양책을 잇달아 내놓으며 경제 정상화에 시동을 건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들의 생산 재개가 속도를 내고 경기부양 효과가 나타나면서 최근 각종 지표도 개선되고 있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6월 중국의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대비 4.8% 증가했다. 자동차와 반도체, 철강 등의 생산이 정상화된 것이 기여했다.

도시 실업률은 올들어 가장 낮은 5.7%로 집계됐다. 중국 실업률은 1~2월 6.2%까지 올라간 뒤 3월 5.9%, 4월 6.0%, 5월 5.9%로 기록했다. 다만 이 통계에는 대부분 농민공의 실업 상황이 반영되지 않았다.

앞서 지난 14일 발표된 6월 수출과 수입은 각각 전년 동기대비 4.3%, 6.2% 늘어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 수정본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4.9%로 예상하면서 중국만 1.0% 플러스 성장률을 지켜낼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8%)을 포함한 선진국들의 경제성장률을 -8.0%로 전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신화망캡처

시진핑 국가주석도 중국 경제 회복 추세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시 주석은 지난 15일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위원회에 보낸 서신에서 “중국은 현재 코로나19 방역과 경제 발전, 전면적인 샤오캉(小康) 사회 건설, 탈빈곤 업무를 총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중국 경제의 장기적인 발전 추세는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았고, 변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리커창 총리도 지난 13일 경제 전문가 좌담회에서 “전염병 충격과 세계 경제 쇠퇴가 전례 없는 영향을 끼쳤지만 최근 경제가 회복 추세에 접어들었고, 점차 안정화되고 있다”며 “이는 중국 경제의 강한 인내력과 거대한 개선 여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너무 커 중국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을 속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류아이화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중국 경제가 하반기에도 지속적으로 회복할 것”이라며 “다만 코로나19가 지속해서 글로벌 경제에 영향을 주고 있어 국내 경제 회복은 여전히 압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리커창 총리는 “국제 환경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정세가 여전히 엄중한 가운데 고용 문제 등 국내 경제가 직면한 도전도 커지고 있어 계속 싸울 준비를 해야 한다”며 “기업의 어려움을 돕고, 시장 활력을 키우고, 경제 펀더멘털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중국의 소비 심리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이날 발표된 6월 소매판매는 작년 동기보다 1.8% 감소해 시장 전망치에 크게 못미쳤다. 1∼6월 소매판매도 11.4% 줄어들었다.

게다가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상반기 전체로는 여전히 -1.6%를 나타내 코로나19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를 극복하는 세계적인 투쟁이 계속되고 있고, 각국의 피해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어서 중국이 내수시장만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내기에는 한계가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4일(현지시간) 중국의 홍콩보안법 강행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홍콩 특별대우를 박탈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고조되는 미·중 갈등도 중국 경제에 부담이다.

가까스로 타결된 미·중 1단계 무역 합의도 제대로 지켜질지 위태로운 상황이다. 양측의 경제 전쟁이 격화된다면 세계 경제가 더욱 큰 소용돌이에 휩싸일 수 있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가 4.5% 폭락하는 등 중국 증시가 곤두박질친 것도 미·중 충돌 등 부정적인 요인들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