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린뉴딜 정책의 청사진을 밝혔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명분으로 급조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16일 ‘그린뉴딜’ 정책 세부계획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73조4000억원을 투입해 녹색 일자리 65만9000개를 창출하고 온실가스 1229만t을 감축하는 것이 목표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와 기후·환경 위기를 동시에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마련됐으며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 하반기 핵심 정책이다.
그러나 그린뉴딜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을 재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발표된 정책에서 이름을 바꾸거나 목표치를 조금 상향한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친환경(녹색) 정책에 ‘뉴딜’만 붙었을 뿐인데 73조원을 쏟아붓는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한 경제전문가는 “기존 정책과 중복되는 그린뉴딜 세부계획은 이미 본예산에 반영된 것들”이라며 “코로나19로 나라 재정이 녹록지 않은데 73조원 이상을 쓰는 것이 적절한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그린뉴딜에 2022년까지 전기차 43만대, 수소차 6만7000대를 보급할 계획을 담았다. 이는 산업부가 지난해 1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밝힌 친환경차 보급 목표치와 똑같다. 수소충전기는 올해부터 2022년까지 310곳 늘릴 예정인데 2025년까지 450개로 확대하는 그린뉴딜 목표는 정책의 연속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그런데도 2022년까지 예산은 8조6000억원이 책정됐다.
태양광·풍력설비를 2025년까지 42.7GW를 보급해 지난해(12.7GW)보다 3배 이상 늘리는 목표도 마찬가지다. 이는 기존 계획보다 12.8GW를 상향한 것이다.정부는 이미 재생에너지 3020 정책에서 2022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를 27.5GW로 늘리고 2030년에는 63.8GW로 확대한다는 중장기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녹색 융자사업은 기존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사업 등과 차별점이 명확하지 않다. 녹색 중소기업 123개 육성은 10년 전 수립한 정책에도 못 미친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투자하는 지역 주민에게 융자를 지원하는 ‘국민주주 프로젝트'를 도입하고 수익을 나눠 갖는 이익공유모델 설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남부발전·서부발전 등 공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하는 ‘주민참여형 태양광 사업’과 유사하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RPS) 비율을 2022년까지 10%로 상향하는 것은 지난 5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통해 입법 예고했다. 제3자 PPA를 포함한 RE100 이행수단 역시 지난해 9월 발표된 ‘재생에너지 사용인정제도’에서 나온 내용이다.
대규모 해상풍력단지(고정식·부유식) 13개 권역의 타당성 조사 여부도 미지수다. 지난해 산업부가 추진한 부유식 해상풍력 실증 프로젝트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예비타당성조사에서 비용편익비율(B/C)이 낮다고 판단돼 폐기됐다. 재생에너지 통합관제시스템 구축은 한국전력이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전국 재생에너지 감시·제어시스템’과 판박이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재탕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경제와 환경을 함께 살리는 상생 개념”이라고 반박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그린뉴딜 정책은 정부가 출범하면서 추진하고 있는 정책과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더 강조하는 점이 있다”고 말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